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Nuclear Umbrella)이 명문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월 31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우산을 명문화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공동성명이 될지, 공동발표문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핵우산 제공을) 문서화하는 쪽으로 (실무선에서) 합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핵우산은 핵무기 보유국의 핵전력(核戰力)에 의해 안전보장을 도모하는 것으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은 1978년 이후 매년 한미 국방장관 회담(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을 통해 재확인돼 왔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통해 문서화를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우선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가 있다. 또 북한의 2차 핵실험 실시로 한국 내 안보 불안이 커진 데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 북한의 핵보유에 대응해 자위적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분위기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선 북한의 핵보유는 물론 한국과 일본으로의 핵확산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의 2차 핵실험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군사력과 핵우산이 한국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확장돼 있으며 확고하다는 점을 한국 국민에게 분명히 전달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군사력과 핵우산이 한국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확장돼 있으며, 또 확고하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메시지를 이상희 국방장관에게 다시 전했다.

미국이 유사시 한국에 제공할 핵우산의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없다. 한미 양국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서 핵우산 표현을 써오다 지난 2006년 10월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확장된 억지’(Extended Deterrence)라는 표현으로 바꿨는데 핵우산과 사실상 같은 개념이다.

이론상으로는 메가톤(TNT폭약 100만 위력)급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략 핵무기도 미국의 핵우산에 포함될 수 있지만 남북이 인접해 있는 한반도 특성상 100~200킬로톤(TNT폭약 10만~20만 위력) 이하의 전술 핵무기가 주로 사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전 주한미군에는 전투기에서 투하되는 핵폭탄, 155㎜·8인치 포에서 발사되는 핵포탄, 랜스 지대지(地對地) 미사일용 핵탄두, 핵배낭, 핵지뢰 등 151~249발의 전술 핵무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91년 이후 미국 핵전략 및 작전개념의 변화로 이들 지상배치 전술 핵무기는 미 본토로 철수한 뒤 단계적으로 폐기됐다. 지난 2002년 미국의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보유한 전술 핵무기는 총 1620발이었다.

B-2 스텔스 폭격기, B-52 폭격기, F-15E·F-16·FA-18 전투기 등으로 운반되는 B-61 계열의 핵폭탄 1300발과 로스앤젤레스급 공격용 원자력추진 잠수함 등으로부터 발사되는 토마호크 크루즈(순항) 미사일 320발 등이다.

이들이 북한이 핵 선제공격을 했을 때 미국이 한반도에서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술 핵무기다. B-61 핵폭탄은 0.3~340킬로톤의 다양한 위력을 갖는데 최신형으로 B-2 폭격기에 탑재되는 B-61-11은 견고한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 북한의 지하 지휘시설 등 공격에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분석된다.

잠수함 발사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에 탑재되는 W80-0 핵탄두는 5~150킬로톤의 위력을 가지며 평상시엔 잠수함에 탑재돼 있지 않다가 유사시 30일 이내에 탑재된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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