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 중 절반 이상이 28일 빠져나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에 이르는 NLL 해상에는 그간 280여척의 중국 어선들이 떼지어 조업하고 있었으나 전날 하루 동안 160여척이 백령도 서쪽 해상으로 완전히 철수했다는 것이다.

현재 NLL 해상에는 120~130여척의 어선들이 조업을 하거나 해상에 닻을 놓고 쉬는 모습이 군당국에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중국어선의 돌연 철수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예고하는 징후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중국 어선 조업과 북한군의 동향을 정밀하게 추적 분석 중이다.

특히 군 관계자들은 지난 26일 기준으로 NLL 해상의 어획량이 작년보다 2t가량 늘어나는 등 조업실적이 좋아진 상황에서 돌연 철수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적인 조업에 들어간 우리 어선들은 NLL 해상에서 현재까지 8.8t의 어획량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t가량 늘어난 것이다. 어획량이 늘어나자 일부 어선들은 조업통제선을 벗어나 조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이 때문에 해군 2함대사령부는 27일 해양경찰과 국토해양부 등 7개 기관 긴급합동대책회의를 열어 NLL 해상에서 어선 통제 방안 등을 협의하기도 했다.

중국 어선들이 하루 만에 절반 이상 빠져나간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북한 또는 중국 당국의 요구에 따른 행동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만일 중국 정부의 독자적 지침에 따른 것이라면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도는 때에 대규모 선단이 NLL을 오르내리며 조업하는 과정에서 남북한 경비정이 이를 단속하다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려는 조치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면 중국 어선을 철수시킨 뒤 해안포나 단거리 미사일로 우리 해군 경비정을 위협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중국 어선이 조업하는 NLL 이북의 북한지역에는 130mm(사정 27km), 76.2mm(사정 12km) 해안포와 152mm(사정 27km) 지상곡사포(평곡사포) 등 100여문 이상 밀집 배치돼 있다.

1분당 5~6발을 쏠 수 있는 이들 포가 설치된 진지는 지난 1월17일 북한군의 '대남 전면대결태세 진입' 성명 이후 위장막이 벗겨져 언제든 가동할 수 있는 상태다.

특히 연평도 우측 북방의 대수압도 인근에서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20여회에 걸쳐 1천여 발의 포사격 훈련이 실시됐으며 포탄이 해상에 떨어지면서 생겨난 대형 물기둥도 관측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수압도에는 연평도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27km의 130mm 해안포 8문이, 연평도 북쪽 장재도에는 사거리 12km의 76.2mm 해안포 8문이 각각 배치돼 있다.

군당국은 북한이 우리 함정을 향해 해안포와 미사일을 발사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최첨단 F-15K와 한국형 구축함을 이용해 발사 진지를 격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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