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북한이 지난달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25일엔 2차 핵실험을 했다. 핵무기 개발 등 북한의 과학기술 능력 전반에 대해 10년 넘게 연구해온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을 27일 인터뷰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과학자이자 북한문제 전문가인 이 팀장은 “북한이 5~10년 내에 소형핵탄두를 탑재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차 핵실험의 폭발력에 대한 추정치가 5~20㏏까지 제각각이다.
“핵실험 위력은 리히터 지진계에서 나온 기록을 토대로 산정한다. 똑같은 위력이라도 지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화강암에 수분이 있는 지형에선 진도가 더 크게 나온다. 여러 추정치를 비교해볼 때 4~5㏏(1차 핵실험 때는 0.8kt) 정도가 적정한 평가인 것 같다.
전문가들은 플루토늄 5㎏으로 실험했을 때 위력이 15~20㏏ 나와야 안정적인 기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본다.”
현재 북한의 핵무기 능력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3400㎞를 날아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4~5㏏ 위력의 핵무기를 만든 셈이니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수준은 됐다. 그러나 핵물질 보유량은 30~50kg 정도로 제한적이란 한계가 있다.”
북한이 소형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나.
“5~10년은 걸릴 것이다.
중국이 1960년대 중반 중거리 미사일 ‘동풍4호’를 개발했고, 1970년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ICBM은 1965년에 개발을 시작해 1975년에 완성됐다. 중국은 중거리와 장거리를 병행해서 개발했다.
중거리 미사일을 생산할 때 장거리는 이미 설계에 들어간 상태였다. 북한이 1998년 대포동 1호(사정거리 1800~2500㎞)를 시험발사하고 지난달에 중거리 미사일에 성공한 셈인데, 중국 사례를 감안하면 북한은 더 빨리 그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는 얼마나 빨리 진전될 수 있을까.
“핵무기 개발 순서는 폭탄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단 폭발을 시켜서 15~20㏏까지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 다음 크기를 줄여나간다. 핵물질도 압축시켜야 하고 더 정교한 기폭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운 과정이다. 북한이 위력 면에서 첫 단계를 완전히 넘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는 접근했기 때문에 이젠 경량화를 추진할 것이다.”
추가 핵실험 가능성은?
“다른 나라의 경우 비슷한 조건에서 대여섯 번 연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씩 다른 조건을 만들어 최적의 상태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북한은 지난번 핵실험 결과를 기초로 이번에 좀 더 개량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핵물질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계속 시도하긴 어려울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이미 충분한 효과를 봤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방식의 핵개발 가능성도 경고했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시도할 원심분리법은 첨단기술과 설비를 필요로 하는데 국제사회가 관련 자재를 철저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10~20년 걸려 할 각오로 한다면 못 할 것도 없다. 또 개발을 못 해도 원심분리기 100개 정도 만들어 늘어놓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어 내보내면 국제사회가 당장 요동칠 것이다. 이란 대통령도 원심분리기 앞에서 찍은 사진으로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북한이 또 다른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무게는 비슷하지만 폭발력은 없는 비활성 탄두를 얹은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태평양을 향해 쏠 수밖에 없을 텐데 북한이 아무리 훈련탄이라고 주장해도 일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강인선 기자 ins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