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6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의 최근 2차 핵실험과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놓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존의 한미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내용을 담은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발표함으로써 양국의 단합된 모습을 과시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밝혔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양국 외교 당국이 현재 초안을 다듬고 있는 선언문에는 한미 간의 굳건한 군사동맹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 된다는 등 동맹의 미래를 설계하는 선언적 문안들이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북한을 향해서는 핵을 고집할 경우엔 강도 높은 ‘제재’를, 핵을 포기할 경우엔 과감한 지원을 하겠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강조할 예정이다. 회담 테이블에서 구체적인 대북제재 방안까지 논의되지는 않겠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강경론을 거듭 확인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는 새로운 유엔 결의안에 담기게 될 대북 제재 조치와는 별도로 미국 독자의 금융 제재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두 정상은 북핵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6자회담 복귀 등 정상궤도로의 귀환을 북한에 강력하게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지난 26일 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도 밝혔듯이 한국에 대한 핵 억제력 제공 의사를 거듭 다짐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2005년까지 ‘핵우산’ 개념을 적용했다가 2006년부터는 ‘확장억제’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핵우산이나 확장억제나 한국이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동일한 전력 수준으로 보복 응징타격을 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한국의 ‘핵 주기 완성론’ 등이 거론될 가능성은 없다. 북한의 핵실험을 명분으로 남한이 핵 주권을 주장하게 되면 동북아의 핵개발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이 가장 곤란하게 여기는 주제를 이 대통령이 앞장서 꺼낼 상황은 아니다.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고 있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자는 주장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으나 기존 협정이 2014년 만료되고 개정 협상은 2012년에 예정돼 있는 만큼 당장 당국 간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한나라당은 “북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상황이 바뀌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2012년 4월) 재검토 문제를 공식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청와대는 부정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 의제로 상정하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실무선에서 사전협의가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앞으로 한미 정상회담의 기회가 계속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급하게 진행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두 정상은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인한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수준에서 원론적 언급을 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0년으로 예정된 한미 국방 당국 간의 전작권 이행 상황 평가를 전후해 전작권 전환 연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주용중 기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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