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사령부는 북한이 2차 핵실험에 이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28일 오전 7시15분 부로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CON·Watch Condition)을 3단계에서 2단계로 한 등급 격상했다.

그러나 방어준비태세(전투준비태세)를 의미하는 ‘데프콘’(DEFCON)은 현재와 같은 4단계 수준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북한 미사일, 전투기, 전차, 함정, 병력의 이동, 교신내용 등을 분석해볼 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져 워치콘은 격상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남북 충돌이 임박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돼 데프콘은 격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김태영 합참의장과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의 합의로 이뤄졌다.

한·미 군당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일어나 한반도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경우 미 이지스함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등 미 일부 전력(戰力)을 한반도에 긴급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치콘 2단계는 북한의 도발위협이 심각한 상황으로, 한·미 양국은 정찰위성과 정찰기 등의 활동을 2배 가까이 늘리고 정보분석 요원도 증강하는 등 비상 태세에 돌입한다. 워치콘을 2단계로 높인 것은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2006년 10월15일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1980년대 이후 워치콘 격상은 5번째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지만 서해 NLL(북방한계선)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DMZ(비무장지대) 등에서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박성우 공보실장은 “북한이 핵실험 이후 수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판문점대표부가 서해 5개 섬의 선박 안전항해를 위협하는 등 최근 북한동향을 평가할 때 좀 더 동향을 세밀히 감시할 필요성이 있어 워치콘을 격상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는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당국은 워치콘 격상 조치에 따라 우선 오산기지에서 매일 출동하는 U-2S 정찰기의 비행횟수를 늘렸다. U-2S 정찰기는 20㎞ 고공에서 9시간 정도 비행하면서 DMZ 북쪽으로 최대 330㎞ 떨어진 목표물을 감시할 수 있다. 미국은 한반도 상공을 하루 한 차례 이상 통과하면서 15㎝ 크기 물체도 식별하는 KH-12 정찰위성의 한반도 감시 횟수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당국도 금강(영상 정찰기)·백두(통신감청) 정찰기와 RF-4C 정찰기의 활동을 강화했다. 이밖에 DMZ 인근에 산재한 통신·신호정보 수집장비, 대북 감시 레이더망 등도 투입됐다.

이들로부터 수집된 정보는 한국전투작전정보본부(KCOIC)와 연합분석통제본부(CACC) 등으로 곧바로 전달돼 전문 요원들이 분석,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 한국군 작전사급 예하부대에 즉각 통보된다. 이들 부대는 이 정보판단을 근거로 감시와 작전태세에 돌입하게 된다.

우리 군은 북한이 1982년 2월부터 1개월여간 IL-28 폭격기를 전진배치하고 훈련했을 때와 1996년 4월 판문점에 무장병력을 투입하는 등 정전협정 체제 무력화를 기도했을 때, 1999년 6월15일 1차 연평해전이 발생했을 때, 그리고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했을 때 각각 워치콘 2를 발령했었다.

동해상에서 25~26일 5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서해상에도 25~27일 항해금지구역이 선포돼 있었지만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았다. 군 소식통은 “서해상에 중국 어선 등 많은 어선이 조업하고 있어 미사일이 떨어질 수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 발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군사령부는 28일 북한이 지난 27일 판문점대표부 성명을 통해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선언이 (해상)봉쇄를 금지한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협정의 무효화를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 “정전협정은 북한을 포함한 모든 서명 당사국들에 현재도 유효하며 구속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같이 말한 뒤 “유엔사는 정전협정의 모든 조항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반 절차를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사는 이어 “정전협정은 지난 55년간 한반도에서 정전상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되어 왔으며, 지역의 안정에 크게 이바지해왔다”고 강조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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