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에 '핵 억제력'으로 제공키로 한 '확장억제'의 개념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핵 억제력 제공은 '핵우산'(nuclear umbrella)과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개념으로 표현된다. 핵우산이 포괄적이고 정치적 개념이라면 확장억제는 핵우산을 보다 군사전략적 차원에서 구체화한 개념이다.

일부 정치권에서 핵우산을 구체화하도록 미측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핵우산과 확장억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주장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명시된 확장억제 개념 자체가 핵우산을 군사적으로 구체화한 것이라는 설명인 것이다.

미국은 1978년 주한미군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1992년 모두 철수한 뒤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고 이를 1992년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이후 핵우산 개념은 2005년 SCM 공동성명 때까지 명시되었지만 2006년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확장억제'로 바뀌었다. 국방부는 당시 SCM 실무협의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더욱 강력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요구해 이 개념이 공동성명에 반영된 것이다.

확장억제 개념은 미국의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동일한 전력 수준으로 보복 응징타격을 가한다는 개념이다. 즉 미국은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았을 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으로 응징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2년 NPR(핵계획검토보고)을 발표하면서 확장억제 수단으로 기존 3대 전략무기에다 다양화된 타격수단을 보완하는 쪽으로 개념을 수정했다.

즉 지하 군사시설이나 핵과 생화학무기 시설을 실제 핵무기로 응징 보복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초정밀타격체계를 확장억제 수단으로 추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적의 대량살상무기(WMD)가 미국 본토나 동맹국의 지상에 도달하기 전 공중에서 폭파시키는 방어활동, WMD 사용 징후시 경보, 탐지, 방사능 오염제거까지의 수단을 동맹국에 제공하는 개념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미간 합의에 의해 SCM 공동성명에 명시한 확장억제는 이처럼 변화된 수단을 포함하고 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한.미 양국은 2006년 SCM에서 확장억제 개념을 공동성명에 반영키로 합의한 뒤 한미연합사령관이 확장억제 개념을 구현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도록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SCM의 공동성명에 확장억제 개념을 재차 명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확장억제 개념에서 보완된 수단이 미국과 일본이 공동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MD)체계와 유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한국이 핵우산을 보다 구체화해주도록 미측을 압박할 경우 결국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하는 MD체계에 발을 담그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분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1991년 노태우정부 당시 선포된 비핵화선언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하고 이를 미측과 협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핵화선언을 재검토해 '핵주권'을 되찾자는 주장이 급속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남한은 전력의 40%를 원자력에 의존하지만 핵연료 확보에서 핵 재처리에 이르는 `핵연료 주기'를 완성하지 못해 핵연료 공급이 중단되면 전기 공급도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핵 주권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28일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짧은 기간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면서 "우리 정부가 과거 핵주권과 관련한 사항을 너무 많이 포기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이를 재검토해 핵무기 개발 이전 단계까지의 핵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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