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을 통해 강화도 북방경계선 너머 이북 땅을 보았다. 철조망 너머 가지 못하는 땅. 나의 외가 식구들이 사는 북한. 늘 “새라도 되어 날아간다면 내가 도와 줄 텐데” 하며 눈물짓는 어머니. 이젠 정상회담 성공으로 외가 식구의 체온을 보듬고 설움을 풀어내릴 수 있겠구나 싶어 가슴이 설렌다. 그리고 강화도를 돌면 북한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반갑습네다. 동포들 이리들 오시라요. 저희 차에 흐르는 ‘마마스 앤드 파파스’의 노래도 듣고, 강화도 갯벌에서 진흙마사지도 해보시라요. ”

북쪽을 향해 나는 그렇게 외쳤다. 분오리돈대를 끼고 펼쳐진 바다갯벌. 온몸에 흙칠을 하며 노는 아이들. 갑자기 인생이 심플해지고, 그동안 쌓인 피로가 풀리기 시작한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문화유적으로 가득한 땅. 나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유적이 있다는 사실에. 팔만대장경을 조판하던 선원사터, 고려의 대 문장가 이규보의 묘지, 봉은사지 오층석탑 등등 강화도는 섬 전체가 역사의 성지였다. 강화에 펼쳐진 한국의 역사를 한눈에 조감하는 박물관을 돌며 그것을 실감했다.

박물관에선 나도 메모하지 않으면 안될 분위기다. 이렇게 박물관을 찾아 학생들이 공부를 하다니. 기특해라. 한국의 미래에 서광이 비치는 듯하다. 석모도 앞 바다의 눈부신 일몰을 다시 못보고 서울로 향했다. 내 인생이 깊어진 기분이다. 전화를 끊고도 무언가 빠뜨린 말이 있는 느낌과도 같이 강화도가 다시 보고 싶어진다.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갑곶리 ▲(032)933-2178 ▲연중무휴

/글·사진=신현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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