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임한 안드레이 카를로프 신임 북한주재 러시아대사가 북한의 고위간부들을 잇따라 만나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 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평양에 도착한 카를로프 대사는 같은달 25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신임장을 전달한 이후 백남순 외무상(10.4), 김일철 인민무력부장(10.4), 홍성남 내각 총리(10.9),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10.9), 김영춘 군 총참모장(10.11) 등을 각각 예방했다.

또 지난 15일에는 연형묵 국방위원, 김국태ㆍ정하철 당중앙위원회 비서, 최칠남 노동신문사 책임주필, 지재룡 당중앙위 부부장을 함께 만나 환담했으며 같은날 김용순 당비서,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 등 대남 고위관계자들과도 별도로 접촉했다.

카를로프 대사는 북한 고위간부들과의 회동에서 부임 인사와 함께 북ㆍ러 외교관계 수립 53돌을 계기로 양국간 친선ㆍ협조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는 등의 지극히 의례적인 차원에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의 신임대사가 부임하자마자 많은 북한 고위간부들을 잇따라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과 `순치(脣齒)ㆍ혈맹(血盟)'의 관계를 자랑하는 중국의 경우 지난해 4월 부임한 왕궈장(王國章) 대사는 부임후 1개월동안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홍성남 내각 총리, 백남순 외무상을 만난 것이 전부였다.

카를로프 대사와 북한 고위간부들 사이의 잇따른 회동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2000.7)과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8.26∼9.18)을 계기로 복원된 양국간 친선관계를 더욱 확고히 다져나가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카를로프 대사가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했던 인물들인 김 총참모장, 연 국방위원, 김국태ㆍ정하철 당비서를 만났다는 사실도 이같은 분석을 가능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대남 고위관계자들이 북한주재 외국대사를 접견한 것은 가히 파격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용순 비서와 안 조평통 서기국장은 러시아 대사에게 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 등 러시아와 절실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남북간 현안을 통보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일부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외교관 출신의 탈북자들은 '러시아 대사와 북한 고위간부들의 만남은 김정일 총비서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으로 짐작된다'며 '김 총비서의 첫 공식 외국방문이었던 러시아 방문에서 거둔 성과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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