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탈북자 문제를 둘러싼 중국 등과의 외교적 마찰과 남북관계의 악화를 최소화하면서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데 가장 적격이라고 이재교 인하대 법학전문대 교수가 29일 주장했다.

변호사인 이 교수는 이날 선진통일교육센터(대표 도희윤)가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북한인권증진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개최하는 세미나 발제문에서 국가인권위가 "국제기구적 성격을 띠면서 동시에 국내적으로도 입법.사법.행정 등 3부로부터 독립기관"인 점을 들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은 헌법상 우리 영토지만 국제법상 유엔가입국이라 북한인권 문제는 내정의 문제인 동시에 외교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북한인권 문제를 법무부나 외교통상부 같은 중앙행정기관이 취급할 경우 복잡한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국제기구적인 성격과 일반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한 별개의 기관이라는 특성을 띄고 있어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효적절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인권위의 국제기구적 성격과 관련, 이 교수는 "유엔은 1960년이후 인권선언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각국에 특별한 인권기구 설치를 적극 권장해오면서 1993년 12월 유엔총회에서 국가인권기구 설립에 관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본준칙을 정한 '파리 원칙'을 제정했다"면서 한국의 인권위도 이같은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예컨대 인권위가 중국내에 있는 탈북자를 남한으로 데려오려다 중국 공안에 적발될 경우, 우리 정부는 `인권위는 대통령을 비롯해 입법.사법.행정부로부터 독립한 기관이므로 우리도 그 활동을 통제할 수 없다'고 변명함으로써 예봉을 피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인권위가 지난 8년간 인권, 특히 소수자의 인권향상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지만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한 채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와 같이 좌파적 이념에 기초한 인권활동에 치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이 "인권위의 구성원이 이념적으로 편향돼 북한인권에 대한 비판.감시.개선 노력을 북한정권에 대한 적대감 표현과 동일시 한 탓"이라며 "이러한 편향성은 인권위원과 직원의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고하고 부분적으로 인적교체를 통해 교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권위 업무중 법무부와 국민권익위원회와 중복되는 업무는 그 기관에 넘기고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조사 등 고유업무에 치중하면서 좀더 효과적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권위를 특수법인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국가인권위의 사실상 대북 인권기구화를 주장했다.

이 교수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된 인권위의 활동에 비판적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반도를 영토로 규정한 헌법 제3조의 실효성 논란에서 보듯 인권위가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안돼 있다"면서 "인적청산이란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가리키는 말이냐"고 불쾌해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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