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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내할 만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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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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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렇게 끌려만 다닐 것인가. 김대중 대통령은 북측이 일방적으로 이산가족상봉을 연기시킨 바로 다음날인 13일 『남북관계는 힘들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의 「일방적 연기」에 「인내심」을 들고나온 대통령의 뜻은 분명하다. 어떤 조건이나, 체면이 손상되는 일이 있더라도 북과의 접촉은 끊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언제까지든 북이 하라는 대로 끌려다니는 한이 있더라도 인내하겠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북의 안하무인격인 행동에 대한 국민들의 자존심과 분노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권여당이 「이산가족문제와 쌀지원은 별개 문제」라며 쌀지원을 계속하려는 것이나, 청와대 관계자가 「이산가족 상봉연기는 북의 내부사정으로 인한 일시적인 연기일 뿐 남북대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것은 이제 이 정권의 대북정책이 본궤도를 이탈하는 느낌마저 든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북한이 자신들이 마음내켜하지 않는 이산가족상봉은 멋대로 연기하면서 당국자회담은 예정대로 하겠다는 것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곶감은 계속 빼먹겠다」는 의도가 분명한데도 거기에 매달리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물론 본질적으로 남북대화를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 대화가 가능한 깨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남북화해와 한반도 안정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하는 대화, 「대화를 하면 할수록 국민 자존심이 상하는 대화」는 결국 아무런 소득없이 끝날 뿐이다. 지금까지 이 정권은 북측이 하라는 대로 해왔다. 적십자총재도 갈아주고 북의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받아줬다. 더 나아가 북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변명에 급급하면서 무엇이든 못 줘서 안달이라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줬다.

심지어 북측은 이런 남측의 약점을 잡아 「단순히 회담장에 나오는 것」만을 조건으로 비료와 식량을 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도 당국회담은 깨지 않을 테니 6차 장관급 회담과 남북경협추진위 2차회의,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2차 당국자회담을 「안전한 금강산」에서 하자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이다. 「인내」와는 상관없이 이 같은 대화구조는 깨야 한다. 정부는 「햇볕정책은 전세계가 지지한다」고 허장성세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과 실리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껏 인내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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