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이라니…. 남북의 정상이 55년 만에 만나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림으로써 큰 기대를 걸었던 우리 실향민들은 100명이라는 숫자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지금 목마르게 북한 방문의 날을 기다리는 실향민 1세대 120만명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고향 방문을 신청한 사람만 십수만명인데 어떤 방법으로 100명을 뽑을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북한이 언제 또다시 문을 꼭 닫을지 알 수 없는 마당에, 100명이란 너무나 기대 밖의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북한에 경제원조를 해 주기로 약속했다는 얘기도 들리고, 북한 측이 매우 유연하게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응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왜 이런 숫자가 나오게 됐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하나, 양측이 합의한 고향방문단 규모를 처음엔 정부가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규모를 합의한 이상 처음부터 그 내용을 공개했어야 하지 않은가.

월남가족의 제1세대 및 제2세대를 합치면 그 수가 760만명을 넘는다. 그 중에서도 이별의 쓰라림으로 50여년간이나 가슴을 태우고 있는 제1세대 수만 해도 120만명이나 된다. 이제 60고개를 넘은 제1세대에게 생전에 고향을 찾고 친족을 만나고 선친의 묘를 찾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했으면 한다.

자, 이제 흥분을 잠시 가라앉히고 상봉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89년 정부 측이 방북을 허용한다고 했고, 현재까지 약 1만2000명이 북한을 다녀왔지만 거의 모두가 상용으로 갔다 왔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23만명이나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지만 북한 측은 이산가족 상봉만은 꺼려왔다.

그 이유가 남한사람 수십만명이 북으로 몰려가 엄청나게 잘 사는 꼴을 보여준다면, 남한으로 간 사람들은 모두가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홍보가 틀렸다는 것이 노출되고, 따라서 북한의 기본체제가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북한의 가족과 친지를 만나러가는 기회가 오면 지나치게 부(부)를 과시하는 행동을 삼가야 겠다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고마워하기 앞서 거부감을 조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첫 단계로 판문점 아니면 북한의 각 도 단위로 면회소를 만들어 그곳에서 친지를 만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본격적인 가족 상봉·교류의 기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우선 더욱 많은 정보를 얻은 뒤 고향 땅을 밟게 하는 것이 혼란을 피하고 대규모의 이산가족 상봉도 가능하게 해주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상호 방문은 면회소 상봉이 이루어진 뒤에 이루어져도 좋을 것이다. 북한 가족들과 만나거나 북한을 방문할 때는 무엇보다 겸손한 자세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50년간의 공백과 위화감이 해소되기 어려움은 물론, 자칫 가족방문 기회마저 원천적으로 봉쇄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전담부처는 하루 빨리 북한 가족들의 생사와 주소 확인을 할 수 있도록 북측과 협의를 서둘러야 하겠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말한다면, 52년간이나 헤어져 있던 동생의 주소를 막연히 평안북도 용선군으로만 북측에 알렸는데, 그 동생을 함경남도의 함흥에서 찾아내준 것으로 보아, 북한은 이산가족의 성명과 나이만 대면 어디서나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산가족들은 요사이 밤잠조차 설치고 있다. 그러나 차분하게 우리들한테 주어질 그 기회를 기다리며 성심껏 준비를 하고 있다.

/ 조 경 철 한국우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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