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관영 중앙방송은 20일 김정일(김정일) 노동당 총비서 겸 국방위원장이 지난 몇년간 각종 모임에서 개혁·개방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한 발언들을 모아 보도했다.

중앙방송은 “김정일 총비서는 지난해 신정(신정) 때 한 모임에서 ‘개혁·개방은 망국의 길이다. 우리는 개혁·개방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앙방송은 또 “김 총비서는 지난해 6월 자강도 장강군 김일성의 향하 혁명사적지를 둘러보는 자리에서도 아무리 어려워도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혁명적 원칙에서 절대로 탈선하지 않을 의지를 다시금 다졌다”고 전했다.

김 총비서는 몇년 전 당 창건일(10월 10일)을 앞두고도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혁명적 원칙을 고수해야 하며, 이것은 당의 생명이고 힘”이라고 강조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북한방송이 돌연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혁·개방 불가(불가)’발언을 모아 보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위원장 스스로 정상회담에서 개혁·개방을 시사하는 몸짓을 보여준 지 불과 5일 만이다. 발언의 강도 또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내부의 동요 가능성을 경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상회담을 통해 긴장완화와 협력, 대외개방 의지를 내비쳤지만, 북한 내부에는 ‘북한식’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하는 의미라는 분석도 있다. 윤덕민(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은 “북한의 최대 목표인 정권유지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는 개혁·개방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당장 북한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