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박재규(박재규) 통일부 장관이 출석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남북정상회담을 보는 여·야 의원들의 첨예한 시각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또 김대중(김대중) 대통령 방북 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순안공항 영접을 놓고 통일부 장관과 차관의 설명이 엇갈려 정회 소동을 빚었다.

◆자주 및 통일방안=한나라당 박관용(박관용) 의원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평화정착 및 긴장완화 조치가 생략된 채 모호한 통일방안을 묘하게 배열해 소모적 통일논쟁만 유발했다”며,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이 같다는 말은 국민들의 혼돈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김용갑(김용갑) 의원은 “이번 회담이 평화회담인가 통일회담인가”를 묻고, 박 장관이 “평화회담이었다”고 대답하자, “그런데 실제 나타난 결과는 통일회담이었고, 2개 항목에서 통일을 언급한 것은 북한에 말려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김 대통령이 한나라당 이회창(이회창) 총재에게 ‘남북연합은 6공화국의 통일방안을 따른 것’이라고 했는데, 1단계인 ‘화해와 협력’의 단계는 어디로 갔느냐”고 추궁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긍정 해석했다. ‘386 세대’인 김성호(김성호) 의원은 “7·4공동성명을 보면 ‘통일은 외세간섭 없이 자주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는데, 이번 선언에서 ‘외세간섭’은 빼고 ‘자주’만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측의 ‘당사자 해결’ 원칙에 접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천(박상천) 의원은 “과거 1국가를 상정했던 고려연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안은 큰 차이가 있다”며 정부 입장을 옹호했다.

◆이산가족=이산가족 문제에는 여·야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1회성 행사가 아닌 제도화된 해결책 제시’를 주문했다. 의원들은 ▲서신교환 등을 통한 생사확인 ▲상호방문 ▲재결합 등의 제도적 장치를 통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박 장관은 “서신교환과 생사확인 등 반드시 정례화된 해결책이 나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공항영접 사전에 알았나=통일부 장·차관이 서로 다른 증언을 해 시비가 벌어졌다. 양영식(양영식) 차관은 13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한 것은 “평양의 상황실에서 문서로 된 지침을 받고 그대로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박 장관은 “김 위원장이 나오길 바랐지만 갈 때까지는 모르고 갔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비행기가 도착한 뒤에도 선발대로 가 있던 손상하(손상하) 외교통상부 의전장에게 김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나왔느냐’고 물었지만 손 의전장이 ‘모른다’고 했다며, “이것이 내가 아는 전부며, 내 성(성)을 걸겠다”고 믿어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통일부 장·차관의 말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부의 통일 정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당시 평양에서 온 ‘지침’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양 차관은 13일 “김 위원장의 공항 영접은 미리 결정됐으나 양측 합의 하에 밝히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14일 청와대 박준영(박준영) 대변인은 평양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있었으나 여러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영접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았다”며 양 차관 발언 내용을 부인했었다. /박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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