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1일 탈북자들이 중국과 라오스의 국경인 윈난산을 넘고 있다./한용호 AD hoyah5@chosun.com

2008년 3월 3일자 조선일보 종합 1면 '두만강 심청'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시작된 크로스미디어 기획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1년 만에 국내외 언론상 9개를 받는 대기록을 세웠다.

'천국의 국경' 시리즈는 지난 정권 동안 잊혀져 있던 탈북자들의 인권실태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 이들의 적나라하고 비참한 실상을 접한 국내외 독자와 시청자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BBC 방송을 비롯한 세계 방송사들이 '천국의 국경'을 특별편성해 방영하고,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국회에서 특별시사회를 열며 관심을 보였다.

한국 국회에서는 이번 기획에서 제기한 문제들을 토대로 지난 1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조선일보 취재팀은 이들을 따라 목숨을 건 동행취재를 해냈다.2007년 5월에 시작된 '천국의 국경' 취재가 완료된 것은 10개월 만인 2008년 3월. 그동안 취재팀은 서울에서 중국 투먼(圖們), 중국~라오스 국경지대와 시베리아의 북한 벌목소까지 목숨을 건 취재활동을 벌였다. 그동안 만난 탈북자만 300여명. 60분짜리 녹화테이프만 450개가 넘었다. 중국 공안에 억류돼 긴장의 순간을 보내기도 했고, 두만강에 얼어붙은 채 죽은 탈북 여인의 시체 앞에서 기자로서의 냉철함을 잃고 분노하기도 했다.

새로운 증언과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처음 기획과 달리 방송 분량은 50분짜리 2부작에서 4부작으로 대폭 늘어났다. ▲국경에 서다(인신매매) ▲유령이 된 아이들(탈북 여성의 무국적 자녀) ▲죽음보다 긴 여행 1만㎞(탈중(脫中) 동행 취재기) ▲조국이 버린 남자들(러시아 벌목공)이 그것이다. 신문은 ▲중국으로 팔려오는 북한 여성 ▲탈북 여성의 무국적 아이들 ▲조국이 버린 러시아 벌목공 ▲탈북 대장정 1만㎞ 동행취재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시리즈를 보도했다.

2008년 3월 신문 보도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는 교육방송(EBS)과 케이블 tvN, 리얼TV, 이어 일본 TBS의 특별편성으로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영국 BBC 방송도 본사로 취재팀을 파견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 세계에 방영했다. 세계의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참상이 눈으로 확인된 것이다. 또 지난 21일 프랑스 카날+ 채널을 시작으로 올해에도 미국 PBS, 인도네시아, 짐바브웨, 체코 등 16개국 방송에서도 방영이 확정됐거나 협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하원의 요청으로 미국 국회에서 시사회가 열렸고, 5월에는 한국 국회에서, 10월에는 일본과 영국 국회에서 특별시사회가 열렸다. 오는 4월에는 캐나다 국회, 그리고 오바마 정부 이후 미국 상·하원의 2차 시사회가 예정돼 있다. 프랑스 의회와 UN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제네바 본부에서도 시사회를 요청 중이다. 한국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의 황우여·정몽준 의원과 민주당 송민순 의원의 발의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외국 국회들도 탈북자 인권에 관한 결의안 및 법안을 통과할 전망이다.

그 사이에 조선일보 특별취재팀에게 국내외에서 언론상이 쏟아졌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008년 5월)을 선두로 '북한 인권 공로상'(10월), '국제TV보도물축제 폴란드 카메라옵스쿠라대상'(10월), '로리펙 심층보도 임팩트상'(11월), '대한언론인상'(12월), '한국기자상'(2009년 2월), '삼성언론상'(3월) '아시아인권언론상'(3월) 등 '천국의 국경'은 1년 동안 모두 9차례 언론상을 받았다.

특별취재팀의 정인택 책임PD는 "탈북자의 인권실태를 기록으로 남겼기에 큰 보람을 느끼지만, 두번 하라면 못할 위험한 취재였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천국의 국경을 넘다'를 접하고 탈북자 인권 취재 기획을 한 미국 커런트TV의 유나 리, 로라 링 기자가 중국 투먼 두만강변에서 북한군에게 억류돼 이 시간 현재 평양으로 압송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억류된 두만강변은 조선일보 취재팀이 몇 개월에 걸쳐 현지생활을 하며 취재한 곳이다./박종인 기자 seno@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