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외활동 모습이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이 야기되고 있는 가운데 평양 시민들이 쌀 배급을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연합자료사진


북한 주민 870만명이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유엔이 밝혔다.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0일 호주 멜버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 현)과 호주 북한인권호주위원회(위원장 마이클 댄비 국회의원) 공동 주최의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 특별연설을 통해 "지난해 북한지역의 날씨가 비교적 좋았음에도 작황이 늘지 않은 것은 비료 및 연료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870만명 가량의 주민이 식량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문타폰 보고관은 또 "고문이 법률에 의해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수감자들은 곤경을 완화하는 데 뇌물을 동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광범위하고 체계적이며 비난받아 마땅한 인권침해는 장기지속성과 잠행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고 "바로 지금이 국제사회가 식량 및 인권 문제 등을 다룰 적기"라고 말했다.

문타폰 보고관은 북한은 즉시 원조를 필요로 하는 주민들을 위해 식량 및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을 제공하고 동시에 효율적인 공급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공개처형 등 개인의 안전 및 권리와 자유에 대한 인권침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국가체제를 개혁하고 국제인권규범을 준수하면서 체제를 현대화하는 동시에 '주민우선정책'에 기반을 둔 정당한 발전정책을 세우고 국방비를 포함한 국가예산을 사회부문에 재할당하라고 촉구했다.

문타폰 보고관은 이와 함께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침해 예방과 효과적인 보호, 접근 가능하고 책임있는 방식으로서의 보호와 원조 제공 등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스미스 호주 외교통상부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38선 이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경악스러운 인권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인권문제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협력을 촉구했다.

우에다 히데야끼 일본 인권대사는 특별연설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은 핵과 미사일 개발 위협에 가려져왔다"며 "고문, 강제수용소, 사상의 자유제한, 여성·장애인 권리침해 등에 대해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질 때"라고 주장했다.

제성호 한국인권대사는 특별연설을 통해 "북한의 참혹한 인권상황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며 "인권문제는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 만큼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문제에 한층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2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인권을 주제로 한 주제발표와 토론, 질문 및 답변, 기타 행사 등이 이어진다.

특히 첫날에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요덕 스토리' 제작자 토스타인 그루드와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의 신동혁씨가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요덕 스토리' 상영과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씨 연주회, 탈북 화가 선무씨 작품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21일에는 마이클 포쇼우 호주 상원의원과 김석우 한국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장, 그렉 쉐리단 호주 저널리스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전략 원탁회의가 열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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