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에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화제와 사건이 많았다. 영국의 작은 도시 올드햄에서 출생한 시험관 아기, 역시 영국에서 성공한 복제양(양) 돌리, 그리고 비아그라 출현도 빼놓을 수 없다. 금세기로 이어지는 ‘골프황제’의 기록행진도 20세기말의 세계적 토픽이었다. ▶한국이 만든 세계토픽감으론 어떤 게 있을까. 문득 떠오르는 것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같은 말도 안되는 사고들이다. 그 가운데 98년 6월 신선한 뉴스가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정주영(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500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넘어 북으로 가는 장사진이 그것이다. 식량난에 시달리던 북한에 소떼를 몰고 가겠다는 발상도 신선했지만, 꽉막힌 ‘남·북’의 실마리를 푸는 계기가 됐다. ▶이 소떼로 ‘금강산 관광’이란 실리도 얻어낸 ‘왕회장’이야말로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튼 ‘원조(원조)’다. 그런 밑거름이 있었기에 세계유일의 분단국 정상들의 평양회담이 세계뉴스의 하이라이트가 되었을 것이다. 당시 신문들도 ‘우보천리(우보천리)’라는 제목으로 통일 첫걸음이 되기를 염원했다. 왕회장이 육로와 해로를 열었다면 김대중 대통령은 분단후 처음 항공로를 연 주연이다. ▶남북 민간교류의 원조인 왕회장이 또 다시 ‘통일소’를 몰고 북한방문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서산목장의 소 500마리를 북송하겠다는 것이다. ‘원조’란 어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붙이는 말이다. 두번째 세번째는 결코 원조가 아닌데, 우리는 음식점 등에 이를 남발하여 공신력을 잃고 있다. 따라서 취지가 좋아도 두번째 ‘통일 소 방북’은 왠지 첫번째 ‘우보천리’의 신선감을 퇴색시키는 느낌이다. ▶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첫번째 기상천외한 발상이나 사건이 화제가 되지, 두번째나 아류는 빛을 잃는다. 왕회장의 소몰이도 자칫 상투화하면 ‘남·북’의 ‘개인화’ ‘상업화’ ‘이벤트화’가 돼버리고 만다. 남북정상의 만남으로 조성된 모처럼의 기회가 우후죽순 생색내기로 만성화하고 흔해 빠져버릴까 걱정이다. 남북교류는 결코 흥행이나 쇼가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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