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관히 전 당 중앙위 비서

북한은 지난 97년 9월 농정실패의 책임을 물어 서관히 전 당중앙위원회 농업담당 비서를 처형하면서 그를 추천했던 김만금(金萬金. 84.11 사망) 전 농업위원장도 같은 죄를 적용해 '부관참시'(剖棺斬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살다 99년 말 북한을 떠나 지난해 입국한 이성수(가명. 33)씨는 김일성 주석 사후(94.7) 식량난이 심화돼 굶어죽는 사람이 늘어나자 북한당국이 민심을 무마하기 위해 서관히 비서와 김만금 전 농업위원장을 '미제 고용간첩'으로 규정하는 당적 결정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 결정에 따라 서관히 비서를 처형했으며, 84년 11월 사망해 애국열사릉에 안치돼 있던 김만금 전 농업위원장은 시신을 파내 유골에 총격을 가하는 현대판 부관참시를 단행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북한이 숙청된 인물을 사후 복권시켜 애국열사릉에 안치한 경우는 더러 있으나, 거꾸로 애국열사릉에 안치했던 사람을 나중에 유해를 파내 총질까지 한 것은 처음이다.

1912년 평남 안주 출생인 김만금 전 농업위원장은 59년 9월 내각 농업상에 발탁된 이후 62년 10월∼70년 7월과 72년 12월∼73년 8월(부총리 겸임) 기간 총 10년 이상 농업정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북한에 주체농법을 정착시킨 인물로 알려져 왔다.

73년 8월 농업위원장을 그만두고 자리를 옮기면서 서관히 전 비서를 후임으로 추천했으며, 이후 그의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두 사람을 처형한 후 당간부 강연회와 내부자료 등을 통해 당·정·군과 각급 기관·단체 간부들에게 이 사실을 공지했으며, 나중에 주민들에게도 알렸다고 이씨는 말했다.

북한이 이들을 처형한 것은 "당의 농업정책과 노선은 옳았지만 집행하는 책임자들에게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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