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작전 원용한 사회주의 건설방식

북한 특유의 사업추진방식을 일컫는 말로 "모든 사업을 전격적으로 밀고 나가는 사회주의건설의 기본전투방식"으로 정의된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사업을 최대한 빨리 밀고 나가면서 그 질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보장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속도와 내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일찍이 50년대에 '평양속도', 60년대에 '비날론속도'·'강선속도' 등에서 속도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70년대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아래 혁명가극 '한 자위단원의 운명'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1년은 족히 걸릴 작업을 4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완성했다면서 이를 속도전의 효시이자 본보기로 내세우고 있다.

이어 73년 4월 김정일 위원장이 '영화예술론'에서 종자론과 함께 속도전 이론을 제시, 이론적 정립을 시도했으며 이를 계기로 속도전을 문학예술분야를 비롯한 사회 전 분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2월 당중앙위원회 제5기 8차 전원회의에서는 이 용어를 사회주의 노력경쟁운동을 위한 공식 구호로 채택했다.

한에 따르면 속도전은 ▲전격전(電擊戰) ▲섬멸전(殲滅戰) ▲공격전(攻擊戰) ▲입체전(立體戰)의 네 가지 방식으로 전개된다. 전격전은 "모든 일을 전광석화의 속도로 와닥닥 해제끼는 것"이며, 섬멸전은 "오직 집중공세를 들이대 하나씩 모가 나게(표시가 나게) 해제끼는 것"이다. 공격전은 "하나의 전투(작업)가 끝났다고 하여 쉬거나 주저앉지 않고 숨돌릴 틈 없이 연속 공격을 들이대는 것"으로 일명 추격전(追擊戰)이라고도 한다. 입체전은 "공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공격대상(작업대상)의 모든 공정에 대한 동시 공격을 들이대는 것"을 말한다.

북한은 하나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속도전을 통해 사회주의 건설에서 놀라운 기적을 창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늘날 북한이 처한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속도전이 속도와 질적 수준을 동시에 보장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속도만 존재할 뿐 질적 수준은 늘 뒷전으로 밀린다. 또한 속도전은 객관적인 조건과 환경보다는 주민들의 '혁명적 열의와 창조적 적극성'이라는 주관적인 의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속도전이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성과를 나타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의 초기의 혁명열의가 식고 피로가 쌓이면서 한계를 드러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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