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김정일 59회 생일 때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화 전시회’ 모습.

북한의 무역회사들이 내년 2월16일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환갑을 앞두고 ‘충성의 외화벌이 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순 북측 무역업자들을 만나고 온 한 대북 교역업자는 “북한은 김정일의 60회 생일 행사를 예년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치르기로 하고 외화벌이 업체들의 목표를 작년보다 10% 이상 높였다”면서 “이 때문에 북한의 무역회사들은 충성의 외화벌이 운동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이들이 모은 외화는 전액 김정일의 비자금을 담당하는 외화벌이 총사령부인 노동당 39호실로 들어간다.

이 교역업자는 “북한 무역회사들은 김정일 환갑과 관련해 각자 할당 받은 외화 목표액을 내년 1월까지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전에 각자의 독점지표(수출 전담 품목)를 빨리 수출하기 위해 남북 교역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무역회사들은 요즘 한창 수확하고 있는 칠보산의 송이버섯과 백두산 고지대의 들쭉 등 시세가 좋은 특산물들을 남측 업체들에 싼 가격에 빨리 사갈 것을 제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교역업체의 관계자는 “북한 무역회사들로서는 일본에 이들 특산물을 수출하면 더 많이 벌지만 할당 받은 외화 목표액을 내년 1월까지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싼 가격에라도 남측 업체들에 팔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위탁가공무역업체들도 최근 남측 기업들에 주문을 더 많이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김정일 환갑을 의식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북한팀장은 “지난달 초순 전후로 북한 협력 업체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가장 큰 변화는 팩스로 주고 받는 문건에 예전엔 절대 사용하지 않던 ‘미안하다’ ‘감사하다’는 등의 표현을 하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주문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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