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 하면 노인을 존대하고 경로를 모든 가치에 우선시키는 우대문화가 있다. 유교를 기초 윤리로 삼아내린 한자문화권이 그것이다. 공자가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며 정치가 잘 되고 안 되고를 한눈으로 가늠했으며 그 가늠에 틀림이 없었다 한다. 바로 저자에서 노인이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는가 짐을 지지 않고 다니는가가 그 가늠의 기준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임어당(림어당)은 중국에서 나이를 물었을 때 늙지 않은 것을 쑥스러워 하고 조금 더 살면 늙을 텐데 그런가 하고 위로하게 마련이라 했다. 유교윤리가 가장 심층까지 파고 든 나라라서인지 옛 우리나라처럼 노인 존대문화가 침투된 나라도 없었다. 이번 단 사흘 동안의 정상회담에서 뭣보다 크게 달라진 것이 김정일 위원장의 이미지다. 격에 구애받지 않는 돌출발언이 그 외적인 요인이라면 그의 도덕적 언행이 내적인 요인일 것이다. 언행 속에 동방예의지국이며 장유유서(장유유서)를 드러냈고 만찬석상에서 김 대통령의 의자를 팔걸이가 있는 편한 의자로 바꿔 앉게 한 것 등이 그것이다. 70세 이상 노인에게 나라에서 생일잔치상을 차려주게 하는 등 조선조시대의 경로풍습을 되살리고 있다고도 한다.
외유내도(외유내도)라는 말이 있다. 밖으로는 이상주의요 교조주의인 유교로 무장을 하면서 안으로는 현실주의요 실리주의인 도교를 추구하는 명분·실리 조화의 정치철학이다. 북한 체제의 외유내도에로의 방향전환을 암시하는 듯한 이미지 탈바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