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덕수용소를 고발하는 수기를 쓴 김영순(72)씨는 김정일의 첫 부인인 성혜림과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그리고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크고 작은 공연에서 북한 고위층을 접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탈북자 중 김정일 가계와 북한 고위층에 대해 잘 아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12월 22일 김씨를 만났다.

요덕수용소 고발 책을 쓰게 된 계기는. “1979년 (요덕)수용소에서 출소했지만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1988년에는 막내 아들이 탈북을 시도하다가 잡혀 공개 처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용소에서 부모와 큰 아들을 잃은 충격을 겪은 터라 마냥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에 가서 북한의 실상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것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다.

1호(김일성) 가계를 잘 안다는 이유만으로 31년 동안 보위부 감시 속에서 살아야 했던 날들은 회상하기조차 싫었다. 하지만 책과 사회활동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일은 내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일의 부인 성혜림이 사망한 이유는. “성혜림과는 중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고 결혼할 때까지 가까이 지냈다. 그래서 내가 누구보다 혜림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2002년 러시아에서 죽은 원인은 자세히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작가 이기영의 아들인 이평과 이혼하고 나서 김정일 가계로 들어간 뒤 완전히 통제된 삶을 살았다는 점이다.

영화배우로서 자유분방하던 혜림이가 그곳 생활을 견뎌내지 못했던 것 같다. 고영희의 등장도 혜림이를 더 외롭게 했다. 신병 치료차 러시아를 오간 것도 당시 병이 생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성혜림의 가족이 국내에 생존해 있다고 하던데. “혜림이의 오빠 성일기씨가 한국에 살고 있다. 탈북하고 나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언니 성혜랑은 파리에 살고 있다. 아들 이한영이 탈북 후 북한 집권층을 분석한 책 ‘로열패밀리’를 쓰기도 했다.

그 책은 큰 파장을 낳았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활동했던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보다 더 정확한 내용이었다. 그로 인해 1997년 북한 스파이의 총에 맞아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숨졌다. 이런 이유로 김정일이 성혜림과 사이에서 낳은 장남 정남이 후계자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은 요즘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김정남은 주로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호의호식하며 살았기 때문에 후계자로서는 낙제점이다.



내가 알기로 정남은 해외자금줄을 다 틀어쥐고 있다. 군사무기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돈을 외국 계좌에 넣고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 입장에서도 돈 문제에 관한 한 아들만큼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은 없을 것이다. 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항상 정남은 해외에 상주한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의 후계자로 누가 유력하다고 보나. “고영희의 아들 정철과 정운이 주목 받고 있다. 김정일의 이복동생 평일도 유력한 인물이라고 들었다. 평일은 지금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로 나가 있다. 처남 장성택도 후계구도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그가 누구를 미느냐가 중요한데, 정남 쪽과 가까운 듯하다. 장성택은 최근 김경희와 별거 중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1호 댁’과 ‘5호 댁’은 뭘 의미하나. “1호 댁은 김일성을 의미하고 5호 댁은 김정일 등 직계 가족을 의미한다.

북한 사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워낙 폐쇄된 사회인데다가, 김일성 가계에 대해 아는 것 자체를 중죄로 다스린다. 탈북자들이 삐라를 보내고 북한에 전파를 보내는 것은 북한 실상을 알려주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다.”/김대현 기자 ok2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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