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이후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라면 누구나 열린치과의사회를 안다.

이 모임의 치과의사들이 탈북자들의 입국 초기 정착교육 시설인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을 위해 치아 치료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치과의사회 김민재 진료봉사이사는 "하나원이 생긴 초기에는 종교단체나 개인이 탈북자의 치과치료를 담당했지만 입국 탈북자의 숫자가 늘어나 감당할 수 없어 우리 의사회 치과의사들이 봉사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입국하는 거의 모든 탈북자들은 여타 질병 치료에 앞서 치아 치료가 절실한 상태다.

김 이사는 "북한에서는 칫솔과 치약을 구하기 어려워 양치질을 제대로 할 수 없다보니 구강위생이 매우 열악하다"며 "충치가 생겨도 마땅한 병원시설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이를 뽑아야 하는 상태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중에는 어금니나 앞니 등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이들은 일상 식생활은 물론 취업에도 영향을 받는다.

김 이사는 "젊은 여성들이 앞니 없이 취업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하나원에서 치료를 받고 사회에 나가야 한다"며 "어금니 등이 없는 경우에도 음식물 섭취 등에 영향을 주는 만큼 시급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열치'라는 줄임말로 부르는 열린치과의사회에서는 치과의사 70여명, 기공사와 위생사 60여명 등 130여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을 조직해 매주 화, 금, 토요일에는 저녁시간에,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하나원에서 치아치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이사는 "봉사자들 모두 치과를 운영하는 등 자기 생활이 있어 시간을 내기 빠듯하지만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며 "앞으로 봉사자들의 숫자가 늘어나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탈북자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동안 김 이사가 하나원에서 치료한 환자들중엔 6∼7세밖에 되지 않았는데 24개의 치아 모두가 썩은 경우도 있었다. "북한에 칫솔과 치약, 의약품만 조금 있었으면 그런 상황까지는 안됐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타깝다"는 그는 "어린 아이들이 가장 안쓰럽다"고 말했다.

이 의사회가 치과 의료장비를 북한에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2004년 4월 북한 룡천역 폭발사건 때는 1천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 북한 온정인민병원 치과진료소에서 봉사활동도 벌이고 2006년에는 칫솔을 북한에 전달하기도 했다.

1999년 출범한 열린치과의사회에서는 탈북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른 소외된 계층들에도 '씹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다.

노숙자와 노인,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2005년 12월에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의 집'에, 2004년 2월에는 서울 성동구 용답동 노숙자 지원시설인 '비전트레이닝센터'에 각각 진료소를 설치하고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사회는 종로구 경운동 노인복지센터에도 진료소를 설립하고 노인들의 틀니 보수 등 봉사활동을 한다.

최근엔 공중보건의마저 없는 무의촌인 충청남도 예산군 대술면에 진료소를 열어 현지 주민들에게 치과진료 봉사를 하는 의사회는 내달 10, 11일에는 내과 등 다른 의사들까지 참여한 의료봉사단으로 현지 활동을 할 계획이다.

김 이사는 앞으로 열린치과의사회의 활동 계획에 대해 "국내에서 벌이는 활동의 내실을 기하면서도 캄보디아와 같이 의료환경이 열악한 동남아 지역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최근 현지실사를 다녀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작 집에서는 버림 받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처음에는 집사람이 반대를 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이제는 존경한다고 말한다"며 "가장으로서 존경을 받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활짝 웃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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