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이 불쌍하게 산 아이들입니다. 미얀마 교도소 앞에서 4일동안 울면서 꼭 데려오겠다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편지를 썼습니다.”

먼저 한국에 정착한 엄마가 탈북 브로커를 통해 북한에서 빼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미얀마 국경에서 다른 탈북 일행 17명과 함께 지난달 30일 붙잡힌 6살, 15살 아이들의 엄마인 탈북 여성 김모(40)씨.

그는 24일 연합뉴스와 통화화면서도 아이들 얘기에 내내 울먹였다.

탈북한 아이들로부터 “붙잡혔다”는 전화가 걸려온 것은 지난 7일밤 11시께. 그런데 예상 경로였던 태국이 아니라 미얀마였다.

태국은 탈북자를 붙잡아도 강제 북송하거나 복역시키지 않고 벌금형을 선고한 뒤 추방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행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생각에서 탈북 브로커에게 “태국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었다.

김씨는 “안내했던 브로커가 태국이라면서 내려놓고 달아났는데 알고 보니 미얀마였다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두 자녀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미얀마 국경지역으로 달려갔으나 아이들은 다른 일행과 함께 이민국 수용소에서 지내다 재판을 받기 위해 12일께 국경에서 5시간 떨어진 대도시인 짜잉뚱에 있는 교도소로 옮겨진 뒤였다.

김씨는 “조금만 빨리 갔어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자책하며 아이들이 있는 교도소로 가서 여권을 복사해 팩스로 교도소 당국에 보내고 면회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아이들에게 쓴 편지도 직접 전하지 못하고 현지 경찰관에게 부탁해 생필품과 함께 교도소로 넣어줬다.

북한의 “두만강 앞” 지역에서 살았다는 김씨가 홀로 탈북해 한국에 입국한 것은 2006년 10월20.

하나원 교육을 받고 이듬해 1월 사회로 나온 김씨는 ’북에 남은 아이들을 데려오겠다’는 생각에 매일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식당에서 일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김씨의 두 자녀를 포함한 탈북자 19명은 중국으로 송환되거나 재판을 거쳐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게 될 것인데, 중국으로 송환될 경우 북한으로 송환될 위험이 크지만 곧바로 중국으로 추방되지 않은 것을 보면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씨의 판단이다.

김씨의 희망은 ’벌금형 선고 뒤 제3국 추방’이다.

김씨는 “처음엔 북송만 안돼도 감사하다고 생각했었지만 간신히 북한에서 빠져나온 아이들이 그곳에서 수감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면 잠을 편히 잘 수가 없다”며 한숨지었다.

그는 외교통상부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하창우)에 도움을 요청했고,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현지 상황을 파악해 그에게 전해주고 있다. 어제 오후에도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15세 아이는 “재판을 받고 수감되면 몇년이나 될지, 복역 후 한국으로 올 수 있을지 보장이 안되는 게 문제”이고 여섯살 아이는 “재판을 안 받는다는데 누가 어디로 데리고 가게 되느냐”며 “도움이 필요하다”고 되뇌었다.

김씨는 미얀마에서 체포된 탈북자 19명 가운데 다른 미성년자 2명도 한국에 탈북자 어머니나 가족이 있다며 “서로 연락하면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호소편지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라며 “미얀마 법원이 벌금형만 선고한다면 얼마든지 낼 테니 제발 선처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도와달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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