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총력을 기울여 벌일 대테러 전쟁은 미·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 직후 북한은 성명을 통해 테러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의 군사 공격에 대해서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에번스 리비어(Revere) 주한 미국 공사가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의 테러 근절에 동참할 기회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북한이 ‘화답’을 보낼 만큼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은 테러리스트 지원국으로 규정한 7개국 중 리비아, 시리아, 수단, 이란 등에 대해 오사마 빈 라덴을 포함한 테러 조직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는 등 도와달라는 손을 내밀었지만, 북한은 아직 관심 밖이다. 미국 신문 ‘보스턴 글로브’는 27일 ‘미국이 북한에도 곧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북한은 중동과 지리적으로도 떨어져 있을 뿐더러 1차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적어, 과연 미국이 적극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양국관계의 악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앞으로 테러리즘은 물론 핵과 미사일, 화생방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미 의회의 대표적 보수론자인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이 27일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에게 다시 보낸 초청장에서, 국무부의 1999년 보고서에 북한과 오사마 빈 라덴의 연계가 언급된 사실을 적시, 북한의 테러 관련성에 대한 증언을 듣고 싶다고 밝힌 것은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미국은 북한의 중동에 대한 미사일 등 무기 및 기술의 수출과 군사교류를 차단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미국은 전쟁 과정에서 얻을 강경 이미지를 탈색시키기 위해 북한에 유화적 태도를 취할 여지도 있다. 미국은 작년까지만 해도 테러 지원국 해제 문제를 놓고 북한과 적극 협의했기 때문이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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