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달부터 개성관광을 전면차단한다고 통보한 이튿날인 25일 개성을 다녀온 관광객들은 개성관광에서 불편함이나 긴장감이 전혀 없었으며, 북측 관계자들이 공개된 자리에서는 정치적인 말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안내했다고 전했다.

이날 250여명의 관광단 일원으로 개성을 방문했던 황병석(45)씨는 북측 안내원이 "이제 (개성관광이) 닫히면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겠다"며 아쉬워 했다고 전했다.

다른 한 관광객도 북측 안내원이 "남북관계가 잘 돼서 개성-평양간 고속도로를 보수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개성관광이 중단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주까지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관광객과 동행한 현대아산 관계자도 "북측의 24일 발표 전과 다른 점은 없었다"며 "북측에서 오히려 '앞으로 어떻게 되겠느냐', '언제까지 (관광 중단이) 계속되겠느냐'고 물으면서 남측에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어떤 입장인지 알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현대아산 관계자 역시 "이제 언제 보냐"는 아쉬움 섞인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북측 안내원들은 그러나 개성관광 중단 등 남북관계의 경색에 대해선 "기 싸움"으로 표현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있는 한 (남북관계 개선이) 어렵다, 기대하지 않는다"고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고 관광객들은 전했다.

황병석씨는 북측 안내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체제 하에서의 통일' 언급을 거론하며 "우리를 자본주의 사회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절대 그렇게 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광객은 북측 안내원으로부터 "개성관광에 기대가 많았는데, 남측 정부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지켰으면 좋겠다", "10년간 계속된 사업을 되돌리게 됐는데, 수뇌(정상)간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4일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이날 관광단에 앞서 귀환한 문창섭 개성공단기업협의회장은 "이틀간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과 부총국장 등을 만났다"며 "이들로부터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생산활동과 관련한 특례 보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례 보장'의 내용에 대해 문 회장은 "생산부문과 비생산부문을 확실히 구분, 생산업체에 대한 시설투자와 출입경을 보장하고 노동력을 예전처럼 제공해 기업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문 회장은 "북측 관계자들이 당국간 갈등과 상관없이 기업활동을 계속하라고 말했지만 다음 단계의 조치나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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