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황장엽 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황씨의 인권 문제와 방미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황씨는 처음으로 국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나라당 강창성 이윤성 의원은 “정부가 황씨의 방미를 막고 있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목숨을 걸고 망명한 황씨의 기본적 인권이 남한에서 제약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97년 황씨가 망명할 당시 정부 차원에서 5개항을 약속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이 무엇이냐”고 묻고 “방미조차 허용하지 않는 것은 5개항의 약속을 위배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흥수 의원은 “황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행동의 제약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미국 의회가 황씨의 신변보장을 약속했는데도 불구하고 방미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황씨가 미국에서 현 정권의 햇볕정책을 비판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물었다.

황씨는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김대중 정부는 적을 강하게 하고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햇볕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정부는 황씨를 철저히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우하고 있으며, 스스로 북한의 테러 대상이라고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에 일반 귀순자보다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며 “방미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미국 국무부와 신변보장 합의가 안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박상천 의원은 “지난 82년에 망명해 97년 피살된 이한영씨 케이스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며 “황씨의 방미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화해협력 증진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신중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황씨는 “나의 방미가 남북관계의 발전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 의원들이 필요한 외교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것은 외교경로를 통해 바로 잡으면 될 것”이라며 방미를 허용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홍석준기자 ud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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