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17일 청와대에서 조찬을 겸한 여야 영수회담을 갖고 1시간30분 동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논의했다. 다음은 청와대 박준영(박준영), 한나라당 권철현(권철현) 대변인이 전한 두 사람의 대화 내용 요지.

▲이 총재=굉장히 수고하셨다. 역사적인 일을 하셨다. 특이한 외국에 다녀오신 것 같지 않나?

▲김 대통령=많은 구경을 했다. 참으로 특이한 경험을 했다. 평양은 질서정연하게 도시계획이 잘 돼 있고 사회와 생활이 우리와 다르더라. 이 총재도 북한 방문을 한번 하시는 게 좋지 않겠나? 김정일 위원장은 남쪽 사정을 잘 알더라. 여야 관계나 남한 용어 등 많이 알더라.

▲이=야당 총재를 욕하지는 않습디까(웃음).

▲김=그런 것은 없었고, 김 위원장이 무슨 얘기 도중에 ‘야당이 반대 안하겠느냐’고는 하더라. 우리 신문에 대단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더라. 내가 ‘우리 신문은 대통령까지도 자유롭게 비판한다’고 했다. ‘여야 정치인이나 언론에 대해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이=공동선언 1항의 ‘자주적’이란 말은 특히 주한미군 철수의 개념으로 북한이 늘 주장하는데, 그런 개념으로 사용된 것은 아닌가?

▲김=주한미군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존재다. 그 점에 관해 충분한 설득과 토의가 있었다.

▲이=북한의 연방제 안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불용(불용)하는 전제에 서 있는데, 대통령이 언급한 ‘연합제’는 과연 무엇이며, 이 두 가지를 논의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존속에 대해 언급했는가?

▲김=연합제라는 것은 노태우 대통령 당시의 남북연합과 똑같다. 북한은 고려연방제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낮은 수준의 연방제 안이라는 것은 현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연합과 연방제에 대한 논의는 김 위원장과의 얘기 도중 뜻하지 않게 발전돼 접점이 있었다.

▲이=그렇다면 통일을 하지 말고 현재대로 그대로 가자는 것 아닌가?

▲김=사실상 그런 것처럼 되는데, 김정일 위원장 자신도 연방제를 그대로 하려고 하면 연방의 중앙이 군사와 외교권을 장악하는 데 40~50년 걸리기 때문에 고려연방제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핵과 미사일 문제도 분명히 언급했다. 미·북 협상에서 잘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에 대해 ‘국가보안법이 폐지된다면 북한의 노동당 규약이나 형법도 마찬가지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이산가족 상봉이 8·15에 1회성으로 그친다면 실망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 제도화가 필요하다.

▲김=8·15에 (양측) 100명(씩)이 상봉할 수 있겠지만, 1회용으로 끝낼 수 없다. 만약 1회성으로 끝낸다면 우리는 다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이=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과 바꾼 듯한 모습은 잘못이다. 우리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가 포함되지 않아 유감이다.

▲김=이산가족 문제를 통크게 처리하면 장기수 문제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국군포로 문제는 현실적으로 정확한 실상이 확인돼 있지 않다. 그러나 이산가족 문제가 잘 해결되면 이 문제도 잘 해결될 것이다.

▲이=김 대통령보다 오히려 김정일 위원장이 평화의 사도(사도)처럼 부각되었다. 걱정스럽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비록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말을 언급하고, 변한 모습을 다소 보여줬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대량살상무기인 핵과 미사일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고, 실제로 변한 것은 없다.

▲김=들뜬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신중하게 차근차근 해나가도록 하겠다.

▲이=이번 회담으로 북쪽의 변화된 모습들만 실컷 선전됐고, 남쪽 모습은 북한에 제대로 전해졌는가 의아심을 가진다. 남쪽 모습이 제대로 북한에 전달돼야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 한나라당이 북쪽 언론인들을 초청해 남쪽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대통령과 정부가 협조해달라.

▲김=잘 알았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나 안보문제에 대한 생각은 여야의 차이가 없다. 야당의 협조를 얻으면서 이 문제를 잘 풀어가려고 하니 도와달라. 야당도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야당도 남북 정상 대화를 지지하고 결과도 지지한다. 하지만 미진한 부분은 짚어나갈 것이다. 부정선거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매우 편파적이다.

▲김=맹세코 어떠한 편파 수사도 있어서는 안 된다.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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