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북한 방문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황청 공보실은 17일 남·북한 양측으로부터 교황의 방북 초청을 공식으로 받았다고 발표했다. 공보실은 배양일(배양일) 주(주)교황청 한국대사가 장 루이 토랑 교황청 외무담당 장관에게 북한 측의 초청의사를 전달했다며 이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람베르토 디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16일 “교황이 북한과 중국을 방문할 시간이 있으며 그러한 획기적인 방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황청은 교황의 북한 방문을 위해서는 “전제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로마 교황청 소식을 전하는 피네스통신 책임자인 베르나르도 체르벨레라 신부는 “전제조건이란 북한이 가톨릭 교회를 인정하고, 가톨릭 신부를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체르벨레라 신부는 이를 위해 첫번째 단계로 평양교구도 책임지고 있는 정진석(정진석) 서울 대교구장을 북한이 먼저 초청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청이 이렇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7일 남북 정상회담에도 불구, 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방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김 위원장의 교황 평양 방문 초청의사를 놓고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런 개방성이 대외 원조를 받아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정책 변화인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교황의 방북 실현 가능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손정미기자 jms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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