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로 예정됐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계획이 테러 전쟁의 여파로 취소됐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부시 대통령이 오는 10월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변경했다'고 밝히고 서울, 도쿄(東京), 베이징(北京)은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오는 10월20-21일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만 당초 예정대로 참석할 계획이며 이번에 취소된 한국 및 일본 방문은 '추후 여건이 허용하는대로 재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서울 대신 상하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다음달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올라 16일 도쿄에 이어 18일 서울에 도착, 김 대통령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20일에는 상하이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베이징을 거쳐 25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일정을 대폭 단축한 것은 지난 11일 뉴욕과 워싱턴을 동시에 강타한 테러 공격의 주모자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은신처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쟁과 시기적으로 겹칠 공산이 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日郞) 일본 총리와 이미 정상회담을 가졌으므로 다음달 또다시 만날 필요는 없으며 김 대통령 및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는 상하이에서의 만남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비상 조치라는 게 워싱턴 정치분석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미국이 테러 전쟁에 돌입할 경우 의료 지원과 난민 원조 및 군사력 동원시의 보급품 수송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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