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음악인 창이나 판소리를 국제화하고 세계화하려면 오선보(오선보)에 올려야 한다. 하지만 그 음의 고저뿐 아니라 음색 음감 음질이 다양해 이를 오선보에 올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테면 창에는 12음색(음색)이 있는데 깨진 징소리 같은 파성(파성)이 있고 안 나듯 내는 살성(살성), 쉰 듯한 목소리인 수리성, 귀신 울음 같은 귀곡성(귀곡성) 등등이 있고 음질에는 떡처럼 텁텁한 떡목, 도끼 찍듯한 찍는 목, 돗자리 말듯한 마는 목, 빨래 짜듯한 짜는 목 등 38목이 있다. 이 복잡한 창을 오선보에 올려 신창악(신창악)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분이 작곡가 김동진(김동진)이다.

이처럼 음악에 있어 고금의 거리를 좁혀놓은 이 87세의 노대가가 이번에는 분단 남북의 거리를 좁히는 통일음악회를 기획하고 있다. 남한의 소프라노와 북한의 바리톤이 부르는 ‘통일이여 어서 오소서’하는 이중창을 작곡한 것이다. 경주 불국사의 국보 석가탑(석가탑)의 별칭이 무영탑(무영탑)이요 이산(리산)의 비애가 서린 탑으로 이를 주제로 한 것이라 한다. 백제의 석공 아사달이 이 탑의 조영에 참여했는데 너무 오랜 이별을 견디다 못한 그의 젊은 아내 아사녀가 공사현장을 찾아왔다. 큰 불사에 여색(여색)은 금물인지라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 다만 이 탑이 완성되어 그 모습이 절 앞 못에 비칠 때야만이 상봉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못에 비칠 탑그늘의 환영을 안고 못가에 살다가 탑이 완성돼 아사달이 찾아왔을 때는 그리움에 지쳐 못물에 빠져 죽은 후였다. 이산의 인력이 환상 속에 작용하여 상봉한다는 이산가족의 염원이 담긴 가극성 이중창인 것이다.

고향을 북에 두고온 이 노작곡가는 어디론지 무한히 돌아가고 싶은 한국인의 귀소정서(귀소정서)를 음악화하는 데 평생 열정을 쏟았다. 그가 작곡한 ‘가고파’를 들어보면 그 정이 와닿을 것이다. 보고싶다보다 보고ㅍ다가 더 많이 보고싶고 가고싶다보다 가♥다가 더 많이 가고싶으며 가♥다보다 ‘가고파’가 보다 더 가고싶다고 말한 것은 ‘가고파’ 시를 지은 노산 이은상이다.

김동진의 이산 정서의 음악조형을 잘도 갈파한 노산이었다. 남남북녀 아닌 남녀북남의 이중창으로 그의 정서 조형이 한시대의 민족정서로서 길이 후대에 남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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