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제5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을 활성화 시키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앞으로 금강산은 물론 다른 지역의 명산, 예를들면 백두산이나 묘향산 등을 관광할 수 있는 토대로도 작용할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걸림돌도 적지 않게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 경제, 군사적인 문제뿐 아니라 이들 명산 곳곳에 새겨진 김일성주석-김정일총비서를 찬양한 글귀들인 이른바 「자연바위 글발」이 특히 남한 관광객들에게는 심정적으로 거부감을 줄수 있어 민족동질감 회복에 오히려 역기능을 할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 「자연바위 글발」은 지난72년 4월 김일성주석 60회 생일을 맞아 처음 해주 수양산에 등장했다.

『위대한 수령님의 위대성과 불멸의 혁명업적으로 널리 선전하고 후손만대에 길이 전하라』는 김정일총비서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때 해주 수양산의 천연바위에 새겨진 글귀는 < 김일성 동지만세! >와 가요 < 김일성 장군의 노래 > 가사 1절이었다.

이곳에는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사후에도 <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영도따라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완성하자 > < 위대한 수령님 생전의뜻대로 혁명과 건설을 다그치자 > < 위대한 김정일 장군 만세! > 등의 글귀가 잇달아 새겨졌다 이「자연바위 글발」은 북한의 대표적 명산인 백두산과 묘향산 금강산에 특히 많이 새겨져 있다.

금강산 지역에는 등산로인 만물상, 구룡연, 삼일포, 만폭동 등 70여개소에 4천500여자가, 묘향산에는 상원동, 만폭동 등 30여개소에 새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언론들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는 이같은 「자연바위 글발」이 4만여자나 새겨져 있다.

북한에서는 「자연바위 글발」을 「기념비 서예의 한 구성분야」로 규정하고,이를 새길 때 지켜야 할 원칙까지 정하고 있다.

이 원칙은 ①글의 내용이 역사상 처음으로 세상에 발표된 날짜를 밝혀 새길 것 ②글의 내용에 맞게 글자의 크기와 필체를 선택해 대규모로 만들 것 ③우리 글의 붓글씨체의 고유한 서법을 잘 살려 「청봉체」로서 바른 글씨체를 기본으로 할 것④눈에 잘 띄는 곳에 새길 것 ⑤주위의 색깔을 고려할 것 등이다.

이 원칙에 따라 새겨진 것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금강산 향로봉 암벽에 새겨진 것으로, < 금강산은 조선의 명산입니다. 김일성 1947년 9월 27일 >이라는 문구이다.

이 문구는 높이와 너비가 각각 13m, 9m이고 획의 너비는 1.6m이며, 특히 「김일성」 이름은 글자당 크기가 높이 20m, 너비 16m, 획의 너비는 3m나 된다.

김정일총비서와 관련된 글귀로 대표적인 것은 88년 11월 김정일총비서의 출생지라는 백두산 밀영 뒤쪽 정일봉에 새겨넣은 < 정일봉 >이다.

이 < 정일봉 >이라는 글귀는 60t 무게의 화강석 6개에 새긴 것으로 알려졌다.

백두산 향도봉에도 김정일총비서의 친필 < 혁명의 성산 백두산. 김정일1992. 2. 16 >이라는 글귀(15×12m)가, 옥녀봉(< 금강산은 조선의 기상입니다. 김정일 >)과 세존봉(< 금강산은 천하절승. 김정일 >), 만수봉(< 주체의 향도성.김정일 >) 등 금강산 봉우리에도 김정일총비서를 찬양하는 대형 글귀들이 새겨져 있다.

묘향산에도 역시 < 묘향산은 천하절승입니다. 김정일 1981.5.19 > < 조선의 영광 민족의 자랑 김정일 > 등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금강산 국지봉에는 김정일총비서의 생모 김정숙을 찬양하는 글귀도 새겨져 있는데 < 항일의 녀장군 김정숙 >이다. 이 글귀는 자구당 높이가 4m, 너비가 3m인데 이 역시 「김정숙」이름은 글자당 높이 6m, 너비 5m로 다른 글자보다 2/3 이상 크다.

한편 황해남도 구월산에는 예외적으로 김정일총비서 가계 관련 글귀가 아닌 6.25전쟁때 목숨을 바쳐 전략상 중요고지인 1211고지를 사수했다는 리수복의 시(詩)가 새겨져 있다.

이 시는 휴전 45주년을 기념해 구월산 단풍골 자연바위(1,750㎡)에 지난 98년 7월 새겨졌다.

북한에서는 이「자연글발」을 △김일성주석의 혁명업적을 집약한 언어표현 △글귀내용이 간결하고 심오한 사상이 깃들어 있는 '조형예술적으로 아로새긴 기념비적 국보'라고 주장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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