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동원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작년 9월 국정원장 때 방한한 김용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왼쪽에서 두 번째), 임동옥 제1부부장(맨 오른쪽)과 제주도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맨 왼쪽은 김보현 국정원 3차장.
김용순 북한 대남 담당 비서가 지난 4월 이후 한동안 공식석 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것은 현대아산으로부터 제 때 입금될 것으로 보고 예산으로 책정했던 금강산 관광 대금이 계속 밀려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8년 11월 금강산 관광 사업이 시작된 이후 매월 현대로부터 입금되어 온 대금을 예산으로 배당 받아 온 북한의 당ㆍ정ㆍ군 각 기관은 올해 2월부터 관광 대금이 입금되지 않아 당장 집행해야 될 예산이 부족하자 그 책임을 김용순 비서에게 물었다고 한다. 특히 애초부터 금강산 개방에 소극적이었던 군부가 가장 비판적이었다고 한다. 군부로서는 군사기지인 장전항까지 개방해주었는데도 대금 입금이 계속 지연되자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위원장으로서 금강산 관광을 책임진 김 비서를 강력히 비판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 3월 5차 장관급 회담의 연기 사유로 금강산 대금 입금 지연을 제기한 것은 이 때문”이라며 “이는 북한이 금강산 대금을 노동당ㆍ내각ㆍ인민군 각 기관의 예산으로 편성할 만큼 중요한 재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아태가 지난 6월10일 현대와 금강산 육로 관광에 합의한 것은 현대의 미납 대금을 빨리 받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현대가 아태와 육로 관광에 합의한 직후 한국관광공사가 금강산 관광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정부는 한국관광공사에 서둘러 남북 협력기금 900억원의 대출을 확정해 현대는 7월2일 밀린 대금 2200만 달러를 갚았다.

그럼에도 김용순이 곤경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북한의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의 금강산 사업 부진은 북한의 외자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북한 당국은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한 총체적 책임을 김용순 비서가 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순 비서가 직무 정지 등의 처벌을 받았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의 장래는 금강산 사업 전망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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