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대화조직 체계

각 분야의 남북대화가 재개된다. 북한측에서 각종 대화에 나오는 대표들의 소속기관과 직책들은 다소 혼란스러워 보인다. 북한의 대남 대화 조직 체계를 정리해 본다./편집자

5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의 숨은 실세는 권호웅(44)이었다고 한다. 북한의 차세대 대화 일꾼으로 꼽혀 온 그는 수행원 자격인데도 전력 지원 요구 등 북측이 제기한 의제들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 북측 대표단 중 유일하게 발언 권한을 받고 온 듯한 인상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과의 막후 교섭도 그가 벌였다. 가명인 ‘권민’으로 더 잘 알려진 그의 대외 직함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참사지만 실제 직책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통전부) 책임지도원이다.

통전부는 간첩 침투 등 음성적인 공작이 아닌, 대화와 교류 등 양성적인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북한은 공식 회담에 통전부 관계자를 참석시킬 때는 통전부 명함이 아니라 아태 등 그 회담의 성격에 맞는 통전부 외곽 단체의 명함을 사용케 한다.

통전부의 외곽 단체 중 가장 핵심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이다. 통전부 부장에서 부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소속돼 있어 사실상 통전부의 확대판이자 대외간판인 조평통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각 분야별로 대남 접촉을 위해 만든 외곽 단체들을 총괄하면서 대남 대화를 주도하는 기구다. 지난 91년 허담 사망 이후 위원장이 공석인 조평통의 부위원장은 통전부장인 김용순과 제1부부장 임동옥, 부부장 안경호ㆍ전금진 등 여러 명이 맡고 있다.

조평통이 주력하는 분야는 남북 당국간회담 등 정치분야다. 이는 이번 5차 장관급회담의 북측 수석대표인 김령성이 통전부 부부장 겸 조평통 서기국 제1부국장이란 점에서 확인된다. 그가 이번에 들고 나온 내각 책임참사 직함은 북한 내각에 우리 정부의 통일부와 같은 기구가 없기 때문에 만든 것으로 북측은 이 직책의 지위와 역할이 남측 통일부 장관과 비슷하다고 주장해 오고 있다고 한다.

조평통이 주력하는 또다른 분야는 통일운동 분야다. 지난 8월15일 남한과 해외 인사들을 초청, ‘2001민족통일대축전’을 주관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북측본부 의장직을 통전부 부부장으로서 조평통 부위원장 겸 서기국장인 안경호가, 부의장직을 김령성이 맡고 있는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남한과의 적십자회담도 조평통이 주도하는데 실제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상무위원 명함으로 남북 적십자회담에 대표로 참가해 온 최승철과 리금철은 조평통 서기국 부장과 부원이다.

그러나 조평통은 경제ㆍ군사ㆍ종교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의 남북대화 때는 대표단 일원으로 참가해 회담 전략과 전술을 주도할 뿐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다. 조평통 외곽단체로서 남측 기업들과의 경협을 담당하는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는 내각 무역성에서 관장하며, 조평통은 경협이 대남 전략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조정한다. 조평통 간부로서 민경련 지도부에 있는 인물로는 민경련 고문으로 있는 허혁필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뿐인 것도 이 때문이다. 군사회담도 마찬가지다. 남북 국방장관회담이나 실무 군사회담의 경우 인민무력부가 주관하고 조평통은 대표단에 한 두명을 파견, 회담 전략과 전술을 조정한다.

통전부 관계자들은 이처럼 대외적으로 소속은 조평통으로 하면서도 정치ㆍ경제ㆍ사회ㆍ해외동포ㆍ대외 등 각 분야별로 대남 대화나 접촉 사안이 생기면 이 때를 대비해 만든 외곽 단체의 명함을 들고 나간다.

조평통에 버금가는 조직인 아태는 남북대화ㆍ금강산관광 등 경협ㆍ대일 수교 등 대외 문제 등 대남사업 관련 각 분야를 두루 관장한다. 아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협 관련 업무의 상당 부분을 민경련으로 이관했다. 통전부의 외곽 단체 중 정치분야 기구로는 아태 외에 한국민족민주전선(민민전)이 있고 종교ㆍ노동자ㆍ학술ㆍ학생 등 사회 분야에는 민화협 외에 조선종교인협의회와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이, 대외문제와 해외동포 문제의 경우 아태와 범민련 북측본부, 해외동포위원회(해동)가 있다.

이처럼 각 분야 대남 사업의 지도부와 전위 모두 통전부 소속으로서 조평통이나 아태에 적(籍)을 두고 있는 일꾼들인 것이다.

/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기구 분 야 주 관 사 안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 분야의 각종 대남 기구 총괄

-남북장관급회담
-남북적십자회담
-8·15평양축전 등 통일·경협·학술·종교 분야에서 각종 남북대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남북 대화·경협·대일(對日) 및 대미(對美) 문제

-남북장관급회담
-정부 및 민간 분야에서 대일·대미 접촉, 교류
-금강산관광사업

민족화해협의회

학술·종교 등 사회 분야서 남측 접촉

-개천절 기념 독도영유권 관련 학술토론회 개최 제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

남북 경협

㈜엔트랙과 공동으로 평양에 IT 단지인 고려기술개발제작소 건립 중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통일운동 분야서 남측과 해외동포 접촉

8·15 평양 ‘2001 민족통일 대축전’

해외동포원호위원회

해외동포 상대 친북 조직 구축, 관리

올 2월 북한 예술단 미국 공연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이산가족 상봉 및 인도적 분야

올 1월까지 3차 남북적십자회담 갖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 주관

단군민족통일협의회

천도교, 대종교 등 종교분야를 창구로 대남접촉

개천절 남북 공동행사 단군릉서 개최 제의

북한의 대남기구별 소관 분야와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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