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당장 워싱턴을 시끄럽게 만들어놓고 있는 사안은 국가미사일 방위(NMD)체제의 정당성 여부다.

NMD는 북한 등 ‘불량국가’들의 미 본토에 대한 잠재적인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를 명분으로 클린턴 행정부가 600억달러를 들여 2005년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힌 방위 전략.

미 과학자연맹의 존 파이크는 이날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전쟁 가능성 감소로 NMD 개발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외교적으로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상황에서 NMD 체제 개발은 유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분석연구소의 브래드 로버츠 연구원은 ‘포린 어페어즈’ 최신호(7-8월호)에 ‘잊혀진 핵강국’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NMD를 강행하면 중국이 핵전력을 강화하고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맺게돼 군축노력이 위험에 빠질 뿐만 아니라 궁극적 목표인 미사일 방어력이 현재보다 더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도 잇달아 NMD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하는 기사들을 보도했다.

이에반해 미 국방부의 케네스 베이컨 대변인은 15일 “남북공동선언 발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미사일 공격위협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미사일 위협의 문제는 한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이미 여러 나라들이 예상보다 빨리 미사일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해, NMD가 예정대로 추진될 것임을 시사했다. 헤리티지 재단 등 일부 보수적인 싱크탱크와 민간단체들도 이같은 미 행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 자문 변호사들은 또 1단계 NMD 체제 구축이 미·소간에 지난 70년초 맺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NMD 추진이 ABM 협정에 위배된다고 판단, 소련과 ABM 협정 개정 협상을 벌이다 실패한 클린턴 행정부에 ‘출구’를 마련해준 셈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오는 가을까지 NMD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데, 일단 관건은 오는 28일부터 시작될 미·북간의 미사일 회담이다. 미국은 북한이 작년 9월 미사일 발사 중지(모라토리엄)를 밝힌데 만족하지 않고, 개발과 수출 등 미사일의 완전한 포기를 북한측에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주용중기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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