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탈북 주민 7명을 다루려던 KBS ‘일요스페셜’의 23일 방송 무기 연기를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일요스페셜’ 내용이 지난주 언론 보도를 통해 미리 알려지자 KBS에는 탈북자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시청자 전화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와 함께 ‘일요스페셜’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방송 취소를 항의하는 이메일들도 많았다.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이메일을 보내 “탈북주민들의 생명이 보장받을 수있도록 계속해서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한다”며 “프로그램을 돌연 취소한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탈북 주민 7인이 남한에 돌아왔다면 ‘국민의 정부’는 햇볕정책을 홍보할 절호의 기회라며 ‘일요스페셜’을 두세번 방송하게 했을 것이다”(최성재), “KBS가 이미 ‘뉴스 투데이’를 통해 취재 내용을 부분 공개하며 자세한 내용을 보도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취소하는 것이 우습다”(skylotus)는 이메일도 들어왔다.

그러나 KBS측은 “탈북 주민 7명의 안전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 독자적 판단으로 방송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일요스페셜’ 신동환 PD도 “지난 19일 저녁 뉴스에 탈북 주민 인터뷰가 나가자 이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시청자들의 항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며 “20일 열린 시청자위원회에서도 그런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을 걱정하는 시청자 항의에 맞설 명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 일부에선 그러나 방송 전면 연기 결정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한 제작팀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당초 탈북주민 7명의 신변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보다 중국에서 유랑하며 겪은 고생담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다루려고 했다”고 말했다.

탈북 주민 7명을 다룬 분량도 전체 60분 가운데 15분에 불과하고, 프로그램 초점도 중국을 떠도는 ‘북한 식량 난민’ 문제에 맞출 계획이었다는 것.

한편 KBS 노조는 ‘일요스페셜’ 무기 연기 결정을 짚고 넘어갈 움직임이다. KBS노조 복진선 교육국장은 25일 “위쪽에서 일방적으로 방송 연기를 지시한 의사 결정 과정이 문제”라며 “27일 열릴 노사협의회에서 ‘일요스페셜’이 무기 연기된 과정에 대한 회사측 해명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철기자 kich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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