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앞으로 남북경제공동위원회가 가동되면 도로와 철도, 항만, 전력 등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과 위탁가공무역을 하고 있는 업체들은 시간이 걸리는 철도나 도로 연결 전에 당장 비무장지대(DMZ) 안에 소규모 물류기지라도 세워주길 기대하고 있다. 해상항로를 통한 남북물자 운송비용이 20피트 기준 컨테이너 한 개에 900~1000달러로 한·중 항로보다 2~3배 비싸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염동철 무역지원실장은 “DMZ 물류기지는 남북 간 직접적인 인적교류 없이도 가동할 수 있어 북측에도 큰 부담이 없는 사업”이라며 “DMZ에 물류기지가 세워지면 물류비용이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상교통 연결은 철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경의선(서울~신의주) 연결이 우선적인 협력사업으로 결정됐기 때문. 교통개발연구원은 “경의선 단절구간 연결에 18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 철도가 연결되면 북한은 2005년에는 남북교역과 동북아 물동량 통과운임으로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선인 경의선의 단절구간 연결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 경제가 극히 위축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경의선 평양~사리원 구간은 이미 수송능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 LG경제연구원 김석진 책임연구원은 “경의선이 제 기능을 하려면 대대적인 보수와 함께 복선화가 추진되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3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철도와 함께 도로 연결 및 확충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로는 국도 1호선을 우선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와 삼성 등이 추진하고 있는 서해안공단이 국도 1호선과 직간접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도 1호선 연결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교통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남측의 국도 1호선은 판문점까지 포장공사가 되어 있어 북측의 판문점~개성 구간만 연결하면 된다. 여기에다 현재 개성~평양 간 170km와 평양~남포 간 55km에는 고속도로가 개설되어 있고, 평양~남포 간 40여km 구간에는 현재 제2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수할 필요가 있지만 토지보상문제 등이 없어 투자비용은 남한의 도로건설비용보다 훨씬 적게 들 것으로 추산된다. LG경제연구원 김석진 책임연구원은 “남한 기업 전용공단이 국도 1호선 주변에 조성되면 공단을 국도 1호선에 연결하는 도로만 추가로 건설하면 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력난 타개방안도 조속한 시일 안에 마련돼야 한다. 한국전력은 이와 관련해 휴전선 인근에 송전망을 건설해 북한의 송전망과 연결하는 등 다각도로 한국의 잉여전력을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도로와 철도, 전력 등 북한의 주요 SOC 투자비용으로 10조원 가까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대북 SOC 투자재원은 남북협력기금 2180억원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은행(IBRD)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금융기구의 공적 차관은 당분간 활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연철 수석연구원은 “일단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일시 전용하는 방법 등으로 남북협력기금을 1조원 이상으로 확충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SOC 건설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장기적으로는 공단 건설과 함께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교기자 gyoseo@chosun.com

남북한 철도. 도로. 항만 비교

북한도로 확충 예산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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