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가(일본)=민학수기자】 경기가 끝나자 양편으로 갈라졌던 민단과 조총련 응원단이 일제히 일어나 모두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남북이 모두 승리한 듯 했다.

2000년 첫 남북 스포츠대결이 열린 24일 일본 구마모토현 야마가시 종합체육관. 제7회 아시아 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개막전에서 한국은 한 수 위 기량으로 북한을 36대27로 완파, 1승을 올렸다. 9골차였지만 승부는 박진감 넘쳤다. 경기시간 60분 내내 태극기와 인공기를 흔들며 맞선 민단과 조총련의 응원전은 치열했지만 적대감이 담겨 있지는 않았다.

경기 초반은 남북 모두 긴장한 탓인지 실수가 잇따랐다. 한국은 센터백 오성옥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이어 허순영(8골)의 중앙공격이 살아나면서 7―2로 앞서기 시작했다. 300여명이 모인 민단측 북소리가 체육관을 울렸다. 북한은 악착같은 수비와 속공으로 맞섰다. 전반 후반 북한 구영애(7골)가 5골을 잇따라 넣어 17―13까지 쫓겼다. 교복과 치마저고리 차림의 조총련응원단은 이에 고무된 듯 인공기를 흔들며 기세를 올렸다.

전반을 19―14로 마친 한국은 후반들어 오성옥(8골)과 허영숙(6골), 곽혜정(6골)이 과감한 중거리슈팅으로 북한 골네트를 흔들었다. 북한은 구영애와 임길화(4골), 이현실(4골)이 빠른 속공으로 추격했지만 힘과 기량에서 한국에 밀렸다. 한국은 북한전 통산 5연승을 달렸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은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고병훈 한국감독이 경기후“승패를 떠나 남북간 경기를 자주하자”고 하자 김병환 북한감독은 “핸드볼도 한겨레 단일팀을 만들어 세계대회에 참석하면 좋겠다”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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