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사상 초유의 미국 테러 대참사와 관련해 대외적으로는 테러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이번 테러를 `습격사건'으로 보도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서의 테러 발생 하루만인 12일 외무성 대변인이 중앙통신과 회견하는 형식으로 이번 사건을 `유감스럽고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테러 반대입장을 천명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여객기 자폭공격에 의한 대규모 테러행위는 지금 국제사회의 커다란 경악을 자아내고 있다'면서 '지극히 유감스럽고 비극적인 이번 사건은 테러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또 '유엔성원국으로서 온갖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반대하는 우리 공화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우리는 이런 견지에서 이번 사건을 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언급은 매우 `원칙적인 입장' 표명이라는 지적이다.

즉 북한이 지금까지 일관되게 '온갖 형태의 테러행위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이번 미국 테러에 대해 기본적으로 `유감' 표명과 함께 테러 반대입장을 재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무성 대변인 회견 내용은 해외에 타전되는 조선중앙통신으로만 보도됐다.

그러나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조선중앙텔레비전의 테러참사에 대한 보도는 `테러'라는 용어를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습격사건'으로 표현하면서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아 외무성 대변인 회견 내용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위성중계된 조선중앙TV를 비롯해 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 방송들은 12일 오후 8시부터 미국의 CNN 텔레비전방송과 미국의 소리방송(VOA) 등 외신을 인용, '미국에 대한 전례없는 습격사건들이 일어나 전국이 대혼란속에 빠져 들어갔다'면서 2대의 비행기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을 들이 받은 것과 국무부 청사가 공격을 받은 사실들을 보도했다.

북한방송들은 이번 `습격사건'으로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비롯한 중요기관 건물들에서 직원들이 모두 소개되고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가재난'으로 간주하고 원인규명과 피해복구 작업을 지시한 사실을 전했다.

북한방송들은 13일 오전에도 지난 12일 내보낸 방송 내용을 그대로 몇 차례 재방송했다.

그러한 가운데 북한 언론들은 미 테러참사 이후에도 일상적인 대미비난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북한은 13일에 △미ㆍ일 반동들의 음흉한 전쟁흉계(노동신문 논평) △해방자의 탈을 쓴 침략자, 분열의 장본인(중앙방송) △속에 칼을 품은 자들과는 마주 앉을 수없다(평양방송) 등을 내보내 미국을 비난했다.

12일에도 △미제의 대조선 압살기도는 변함이 없다(중앙방송) △미국이 떠드는 미사일위협설은 궤변(중앙방송) △변함없는 반공화국 압살기도(노동신문 논평) 등을 방송했다.

북한의 이와같은 태도는 대외적으로 테러에 대한 원칙적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이번 테러사건의 핵심을 `반미행동'으로 보려는 시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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