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림권택) 감독이 만든 ‘춘향전’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나 아깝게 떨어졌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춘향전’이 아니라 ‘춘향뎐’이지요 하면서 바로잡아주더군요. ”

남북정상회담을 공식수행한 박지원(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고위 관계자와의 문화·예술 교류 논의를 공개했다. 박 장관은 김 위원장이 영화광 소문답게 한국영화에 관심이 많더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미워도 다시 한번’과 ‘하숙생’을 거론했다는 것. “‘미워도 다시한번’은 한국정부에 요청해서 과거 안기부로부터 필름을 넘겨받아 관람했다고 했습니다. ” 박 장관은 “김 위원장이 느닷없이 한국영화라면서 ‘2박3일’을 봤느냐고 묻기에 못봤다고 했더니 그영화에 대해 한참 설명했다”고 말했다. ‘2박3일’은 이상언 감독이 찍고, 하명중 윤연경이 주연한 74년작 멜러 영화다.

대중가수 교류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적극적이었다는 것. “좋아하는 가수로는 이미자 김연자 김세레나 은방울자매를 손꼽았고, 남자가수로는 조용필 남진 나훈아가 노래를 잘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가수가 평양에 와서 공연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

평양 대동강을 관광객에게 개방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더니 김 위원장은 경관이 아름다운 칠보산을 중국 유고슬라비아와 서방국가 한곳이 개발하겠다는 제의를 해왔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우리 강토를 지켜 후손에게 물려줘야한다. 환경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고 박장관은 전했다.

박장관은 김정일 위원장과 아·태평화위원회 김용순 위원장 등 고위관계자들과 남북 문화예술체육교류 등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나 구체적인 확답은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신 박장관은 정상회담 서명후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과 교류 수준을 한단계 높이자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8·15 이전 언론사 사장단과 함께 방북할 때에 각 분야별로 교류 협의를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문화관광부는 김순규(김순규) 차관을 단장으로하는 기획단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체육교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기철기자 kich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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