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민연대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반핵반김국민협의회, 종교단체협의회 등 보수 성향단체들은 13일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서 '국정 흔들기 중단 촉구 국민대행진'을 열었다.

대부분 군복 차림인 8000여명(경찰 추산·주최측 주장 1만6000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미친 방송 KBS, 더러운 방송 MBC' '불법 촛불 중단하라' '촛불시위 부추기는 정치권은 각성하라'는 글이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었다.

자유시민연대 이강욱 상임대표는 "KBS와 MBC는 이번 광우병 쇠고기문제를 심각하게 과장·왜곡해 보도함으로써 젊은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며 "겨우 출범 100일을 넘긴 정부에 이토록 심하게 항의하는 것은 '국민의 식탁'을 구실 삼아 국정을 흔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북 성주군에서 새벽에 버스를 타고 올라 온 이남효(63)씨는 "우리는 피죽도 못 먹던 시절 맨손으로 피땀 흘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역군들"이라며 "지금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촛불로 우리 경제를 불태우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4시부터 서울역에서 청계광장까지 행진했다. 이들 중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1900여명은 행사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KBS와 MBC로 몰려가 "편파 방송을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진입을 시도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어린 학생 선동하는 전교조·민주노총 박살내자' 'MBC PD수첩 박살내자'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고엽제 전우회원 400여명은 MBC 본사 북문 앞을 점거하고 "미국인들이 마음 놓고 먹는 쇠고기를 수입하면 마치 나라가 광우병에 오염될 것처럼 허위 보도를 일삼는 MBC의 정체성이 뭔지 직접 묻겠다"며 엄기영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일부 회원들은 이 과정에서 LPG가스통에 호스를 연결해 불을 붙이고, MBC 담장에 있는 나무에 불을 붙이려고 시도했다. 전우회측은 MBC 보도국 간부들과 면담을 마친 뒤 "MBC측이 향후 국민들이 염려하는 편파 방송을 하지 않겠으며 공정 방송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히고 해산했다.

비슷한 시각 고엽제 전우회원 1500여명은 KBS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공영방송이 국가를 흔드는 곳은 없다"며 "KBS는 공산당 공영방송이냐. 미친 방송 KBS 박살내자"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는 KBS를 지지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 회원 등 600여명이 촛불집회를 열고 있었다. 일부 전우회원과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멱살잡이를 벌였고, 전우회원 한 명이 차량을 몰고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돌진하려다 제지를 받기도 했다.

고엽제 대표들은 KBS 유연채 보도총괄팀장 등 간부를 면담하고 "다음주 화요일까지 시정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수요일부터 KBS에 매일 나와 집회를 하겠다"고 알린 뒤 오후 9시쯤 해산했다./박세미 기자 runa@chosun.com
오현석 기자 soci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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