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에 요구해 왔던 테러지원국 해제가 워싱턴과 뉴욕에서 발생한 테러참사로 더욱 어렵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대참사로 인해 미국이 테러에 대해 강경입장을 취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언론이 이번 테러의 배후로 외국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고 있어 테러지원국에 대한 시선은 더욱 곱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체첸사태를 계기로 테러 근절을 하나의 중요한 외교정책으로까지 내세우고 있는 러시아의 사례도 있어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한 요건은 더욱 까다롭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는 북ㆍ미간의 해묵은 현안이며 아직도 원만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 88년부터 대한항공 폭파사건을 일으킨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왔다.

미국이 지난 5월 일본항공을 공중 납치한 적군파 요원에 대한 피신처 제공을 지적하며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데 대해 북한은 강력히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당시 조선중앙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우리를 무근거하게 걸고 들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은 북한을 비롯해 쿠바, 이란, 이라크, 리비아, 수단, 시리아 등 7개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이들 국가에 국제차관 공여 금지 등의 제한조치를 하고 있다.

또 이번 테러사태는 악영향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북ㆍ미관계에 다소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미국으로 하여금 테러지원국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지게 하고 북한이 우려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더욱 강력히 추진할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MD체제 구축의 명분을 북한을 비롯한 이른바 `깡패국가'의 미사일 위협과 테러 가능성을 들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해 3차례의 회담을 갖고 국제테러에 관한 입장을 조율했으며 이 결과 테러와 관련한 공동성명까지 발표, 곧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하기도 했다. 북한과 미국은 3차례 회담에서 `모든 형태의 테러는 저지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올해 초 부시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 북ㆍ미간에 냉전기류가 확산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에 이르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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