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워싱턴, 뉴욕 등에서 동시 다발적인 사상 초유의 테러참사가 발생,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뉴욕의 110층 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이 납치된 민간여객기의 충돌로 완전히 붕괸된 데다 세계 최대 군사력의 상징인 미 국방부 건물도 공격을 받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명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는 과거와 달리 그 규모나 수법 등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대형 테러로서 국제정치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북한의 경우 미국의 테러에 대해 12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러나 마냥 침묵만 지킬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사상 초유의 테러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테러반대 입장을 재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지난해 미국과 여러 차례 테러관련회담을 가진 끝에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모든 국가와 개인에 대한 테러행위를 반대한다는 데 합의하고 `국제테러에 관한 미ㆍ북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문제와 관련한 이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국가와 개인에 대한 테러행위에 대해서도 반대할 것임을 공식 정책으로 확인하고 테러에 관한 모든 유엔협약에 가입할 의향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테러가 국제평화와 안정에 위협으로 된다는 데 견해를 같이 하였으며 그 어떤 나라나 개별적인 사람들에 대한 온갖 형태의 테러를 반대하는 정책의 중요성을 인정하였다'고 공동성명 내용을 소개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98년 8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케냐주재 미국 대사관앞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 것과 관련, 미국을 겨냥한 테러로는 처음으로 '우리는 비극적인 폭탄폭발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모든 테러에 반대하는 우리의 신조있는 자세를 변함없이 견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 대한 테러는 아니지만 지난 96년 3월 이스라엘 폭탄테러사건과 지난 2월 유고슬라비아 코소보에서 발생한 버스 폭탄테러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은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은 이들 테러에 대해 모두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회견하는 형식으로 반응을 나타냈다.

그런 점으로 볼 때 이번 미국 테러참사에 대해서도 외무성 대변인이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지난 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으로 이듬해 1월부터 14년째 미국의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올라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5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과 관련,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해 나가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우리 정부는 온갖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반대하는 원칙적인 입장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조건으로 △테러지원 않는다는 선언 △최근 6개월간의 테러행위 불개입 입증 △테러방지 관련 국제조약 가입 △과거 테러에 대한 조치 등을 제시해놓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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