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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추적] 北 황강댐 채우자 강바닥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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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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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이 타들어가고 있다. 올봄, 예년에 비해 비가 절반 이하로 내린 데다 북한이 강 상류에 짓고 있는 황강댐에서 지난해 말부터 물을 가두기 시작한 여파로 수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2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황포돛대 선착장. 임진강 하류 중간 지점이자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8㎞ 가량 떨어진 이곳 강은 바닥을 드러낸 채 말라 가고 있었다.

통통배를 타고 하류인 자장리 쪽으로 300m쯤 물살을 가르자 이내 강 바닥이 눈에 들어 왔다. 강변 백사장에서 100m쯤 떨어진 강 한복판이었는데도 강물은 발목까지밖에 차오르지 않았다. 연촌어촌계 김광형(50) 총무는 "10년 전만 해도 깊을 때는 수심이 10m까지 이르던 곳"이라고 말했다.

물이 줄자 자연스레 물고기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맘때쯤 떼지어 하류에서 상류로 헤엄쳐 올라와 알을 낳는 황복은 거의 모습을 감췄다. 어민 이상래(55)씨는 "2~3년 전만 하더라도 많을 때는 하루 80마리씩 잡았다"며 "올해는 어제 5마리가 최고"라고 말했다. 황복은 4월 중순에서 6월 중순까지 임진강 수역에 나타난다. ㎏당 도매가가 10만원을 호가하는 '귀한 몸'이라 어민들에게는 주요 수입원 중 하나다.

황복뿐 아니다. 장어, 꺽지, 쏘가리, 잉어 등 다른 어종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장석진(44) 파주어촌계장은 "수심이 너무 낮아서 그물을 쳐놓을 데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새들도 임진강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조류 전문가들은 임진강 주변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천둥오리, 원앙, 쇠기러기, 가마우지 등 각종 물새·철새들도 먹이가 떨어지고 황폐해진 강에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서서히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파주시청 농축산과 김종래 계장은 "올해는 수위(水位)가 예년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임진강 수위를 눈금으로 1~9까지 볼 수 있도록 새긴 파주시 장남교 교각에는 지금 강물이 1 높이보다 약간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어민들은 그동안 영문도 모른 채 낮아만 가는 강물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달에야 의문이 풀렸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군사분계선에서 42.3㎞ 북쪽에 있는 저수량 3억~4억t 규모 황강댐이 물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공개한 것이다. 이후 이 부근 어민들은 "강 바닥을 준설하는 등 임진강 수위 조절을 위한 대책을 세워달라"는 건의서를 파주시청에 내기로 했다.

게다가 북한측이 황강댐이 가둔 물을 갑자기 흘려 보내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담은 물을 갑자기 일시에 내보내는 바람에 어구(漁具)가 떠내려 가는 것이다. 주민 장수득(66)씨는 "지난해 비도 오지 않았는데 갑자기 세찬 강물이 세 차례 밀려와 쳐놓은 그물이 삽시간에 찢어지면서 휩쓸려 갔다"고 말했다. 1세트에 70만~80만원쯤 나가는 이 그물은 어민들의 생활 밑천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아직은 어족(魚族)의 변화 말고는 다른 생물계까지 영향을 미친 징후는 없다. 그러나 황강댐이 이런 식으로 예고 없이 물을 가두고 내보낸다면 임진강 남한 수역(水域) 생태계에 교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삼희 박사는 "주기적으로 물이 줄어들면 강 주변이 육지화되면서 수생물이나 이를 먹이사슬로 이어가는 동·식물 세계가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또 기습 방류로 거센 물길이 흐르면 물이 줄어들어 낮아진 하상(河上)에 쌓여 있던 퇴적물이 하류로 떠밀려 내려가 임진강과 만나는 한강 하구(河口)에도 큰 규모의 퇴적층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또 황강댐이 본격적으로 물을 가두기 시작하면 단순히 수위 문제뿐 아니라 이 지역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수급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토해양부는 황강댐 건설로 물 흐름이 차단되면 파주·연천 등에 연간 2억9300t의 물이 부족해질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정부도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담수나, 무단 방류로 생길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해 군사분계선 바로 밑에 군남홍수조절지(저수량 7000만t)를 만들고 임진강 지류인 한탄강에 한탄강댐(저수량 2억7000만t)을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황강댐이 물을 갑자기 흘려 보내 '물폭탄'이 내려올 경우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주민들은 황강댐에 대한 사항이 대북(對北) 정보라는 이유로 대부분 공개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황강댐에 대한 정보 접근이 제한되다 보니 대책 마련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강댐은 임진강 상류 군사분계선으로부터 42.3㎞ 북쪽에 북한이 짓고 있는 저수량 3억~4억t(추정)의 대규모 다목적 댐이다. 황강댐 아래쪽에 있는 댐당 저수량 3500만t 수준의 '4월 5일' 댐 4개는 발전 용도로 활용하고, 황강댐은 댐에 가둔 물을 예성강으로 돌려 개성공단에 공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착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대 초 공사를 시작했지만 아직 완공되지는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황강댐 저수 용량은 임진강 유역 수량의 2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임진강이 남북을 흐르는 공유 하천이기 때문에 양국 합의 없이 댐을 지어 물길을 돌리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북한이 황강댐 물을 한꺼번에 쏟아내면 남한에 '물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제2의 금강산댐(임남댐)'이라고도 불린다. /
파주=이위재 기자 wj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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