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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원칼럼 남북정상회담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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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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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인상적이었다. 우리들의 예상을 뒤엎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세계가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그 무슨 드라마 연출이라도 하는 듯이 순안 비행장에 자신이 꾸며놓은 무대에 아무런 예고 없이 나타났다. 김대중 대한민국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김 위원장은 무슨 생각에서 그런 드라마를 연출했을까?

동족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깊은 존경심에서 공항까지 나왔다고 믿는 사람도 있는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 위원장이 그런 제스처를 하는 데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이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공개된 비밀이다. 그리고 북한은 지체없이 북한이 원하는 형태로 상당한 액수의 경제원조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한 것이고, 김정일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을 ‘따뜻하게’ 맞이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역사가 준 기회를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슬기롭게 활용함으로써 한반도 통일의 초석이 될 수 있는 남북합의서를 만들어 냈다. 합의서는 북한사회가 점차 개방되어 갈 것을 함의하고 있다. 이산가족뿐 아니라, 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과 교류가 활발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사회가 개방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통일은 극히 상식적인 방법으로 추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남북통일은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한 데 대해서는 북한이 주한미군 문제를 들고나올 수 있는 구실을 주었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실제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북측이 통일문제를 한국 정부와 협의하지 않을 수 없는 의무가 생긴 것이다.

물론 북한이 이번 합의서에서 약속한 대로 실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도 북한이 약속을 잘 지키는 나라라는 믿음은 별로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 가지 면에서 과거와 다르다. 첫째로 이번에는 양측의 최고 책임자가 직접 협상했고 공식 명의로 조인했다. 과거에 ‘남측’, ‘북측’ 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둘째로 다른 점은 지금은 북한이 남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경제협력은 앞으로 남북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을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북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에 대한 북측의 인식이 부족하면 북측의 자존심을 존중하는 방법으로 경제협력에 따른 우리 측의 현실을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할 줄 안다.

앞으로 합의서가 실천에 옮겨지면 남과 북은 서로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개방의 결과로 체제의 불안을 경험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우선 개방 초기에는 경제의 가시적인 개선과 강화된 정치적 통제로 체제를 유지해 나가겠지만 개방효과가 확산되면서 체제 위기는 더욱 심각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하겠다.

남한은 체제위협은 심각하지 않겠지만, 주한미군 문제가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민감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경우 자칫 잘못하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지역안보까지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필요할 줄 안다.

문제의 해결은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가 두려워 현상만을 고집하는 것은 지혜로운 태도가 아니다. 남북합의서의 실천에 따라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분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합의서는 아무런 외세의 간섭도 없이 우리 민족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고 험난하다. 그러나 이제 그 방향은 확실해졌으며 목표도 뚜렷해졌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사회과학원장·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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