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의 역사적 공동선언문 서명이 있던 14일 밤, 온 국민이 통일에 대한 기대와 격정에 들떠 흥분돼 있는 동안 남모르게 눈물 흘린 이들이 있다.

87년 1월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납북된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최종석·55)씨의 딸 우영(우영·30)씨 역시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남북 화해의 신시대를 맞아 온 국민이 들떠 있고 실향민들에겐 고향방문소식이 전해졌지만, 최씨 아버지와 비슷한 처지의 납북자나 민간인 억류자들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15일 오후 서울 대림동 최씨 집 거실에는 아버지가 납북되기 전 보낸 마지막 편지(86년 7월)와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혼자 써온 편지들, 가족들의 단란했던 사진 등이 펼쳐져 있었다.

최씨가 지난 2월 결성된 ‘납북자 가족모임’ 총무 일을 맡으면서 사무실로 사용해온 골방 책상에 놓인 사진 속의 아버지 모습은 13년 전 그대로였다. 최씨는 “이번만은 반드시 아버지를 모셔와야 한다”며 눈가에 눈물을 비쳤다.

남편이 95년 중국에서 납치된 이연순(52)씨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바로 그 시각, 집 부근 교회에 나가 남편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기도했다. 이씨는 “3년 전까진 재미교포들한테 소식을 얻어 들었지만, 3년 전부터 소식이 끊겼다”며 “제발 살아계신지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 납북돼 있는 민간인은 454명으로 대부분 어부 출신이다. 국군포로의 경우 생존이 확인된 사람만 268명에 달한다.

/신동흔기자 dh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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