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km 수영·격술 등 '지옥훈련'명성
제대 후에도 끈끈한 인간관계 유지



◇ 북한 해병(해군)들이 정치학습을 받고 있다. '해상륙전대원'들은 평상시엔 해군복을 입고 훈련시엔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는다.

남한의 해병대를 북한에선 ‘해상륙전대’라고 한다. 해상륙전대 출신이라고 하면 덤비는 사람이 없다. 해상륙전대원의 패배란 생각하기 어렵다. 동네에 해상륙전대 출신이 제대했다고 하면 소문이 자자할 정도다. 특히 해병(해군)이 많은 황해도 일대에서는 해상륙전대가 판을 치고 있다.

육전대 출신의 인기는 대단하다. 젊은이들이 격술(태권도)을 배우기 위해 몰려들기도 하고, 최근 전국의 직장마다 건강태권도 열풍이 불면서 육전대 출신들이 교관으로 선발되기도 한다. 이들이 멋진 태권도 동작을 가르쳐 줄 때면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육전대 출신들은 결혼상대자로도 인기가 높다. 우선 출신성분은 검증된 것이고 가장 어려운 곳에서 군사복무를 마쳤기 때문에 대학 진학이 용이하고 졸업후에는 적어도 당 세포비서 자리 정도는 차려지기 때문이다.

당 간부로 추천된 사람가운데도 육전대를 비롯한 특수부대 출신들이 많다. 공장의 작업반장자리라도 같은 조건이면 특수부대출신을 쓰는 것이 원칙이다. 농장출신이면 고향 농촌의 당 간부가 될 수 있고 잘되면 농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이들이 인기 있는 또다른 이유는 갈수록 험악해지는 사회분위기에서 자신과 가족들을 지켜낼 수 있는 ‘물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육전대 출신중 폭력조직의 두목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육전대의 명성은 무엇보다 가혹한 훈련에서 나온다. 가장 힘든 것은 바다훈련이다. 해군에서 10년간 군사복무를 했던 김광호(33 가명)씨는 신병(신병) 때 6개월 간의 훈련을 지옥훈련이라고 했다. 해상륙전대는 일반 해군에 비해 훈련강도가 2~3배 정도라고 한다. 수영을 하든 못하든 신병 모두를 바다에 넣고 죽기살기로 헤엄치게 하는 게 첫 순서다. 일반 해군은 4~5km, 해상륙전대는 16km를 헤엄쳐야 한다. 겨울철에도 바다 훈련은 계속된다.

목숨을 걸고 하는 훈련이라 전우들과의 우정 또한 다른 부대에 비해 끈끈할 수밖에 없다. 훈련중 물에 빠진 사병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는 지휘관의 이야기도 종종 소개된다. 해상륙전대는 인민군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공급을 받으며 전함을 이용해 수산물을 잡아먹을 수 있어 다른 부대보다 배고픔이 덜하다.

북한에서 군(軍) 초모를 할 때는 출신성분과 신체조건등을 감안해 공군과 해군을 우선적으로 뽑는다. 해군 중에서는 해상륙전대가 최정예 전투부대로서 입당가능성이 높고 사회에 진출해도 우대해주기 때문에 기백있는 젊은이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워낙 훈련이 강하고 사고도 많아 자식들을 말리는 경우가 많다.

북한에는 해상륙전대 이외에도 항공륙전대(공수부대) 저격-경보부대등 특수부대가 많고 이들간에는 훈련 강도등을 놓고 묘한 경쟁심이 작용하기도 한다. 이 부대 출신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같은 부대출신끼리 서로 끌어주고 선후배간의 정도 끈끈한 편이다. 그러나 출신 지역-학교-군 등의 사적인 인간관계로 유대를 다지는 것을 금지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남한의 해병대 출신들에는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강철환기자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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