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1979년부터 발간하기 시작한 김일성의 대표적 저작문헌집인 '김일성저작집'

김일성의 이름으로 발표된 연설 담화 보고 서한 결론 등 각종 문서들을 연대별로 정리해 묶어 펴낸 대표적인 김일성저작 문헌집이다. 1979년 4월 조선로동당출판사에서 제1권이 출간된 이래 96년 6월 제44권이 나옴으로써 발간사업은 일단 완료됐다.

여기에는 김일성이 1930년 6월 주체사상의 원리를 처음 천명했다는 이른바 카륜회의 보고부터 그의 생전 마지막 회의록으로 기록되는 94년 7월의 "7월6일 유훈교시"까지 총 1405건의 문헌이 실려 있다. 96년 8월부터 나오고 있는 45권 이후 부분에는 김일성회고록 ‘세기와더불어’가 권별로 실리고 있다.

김일성의 이름이 붙은 저작문헌이 처음 책으로 묶어져 발간된 것은 6·25전쟁 중이던 1952년 일본에서이다. 도쿄 삼일서방(三一書房)에서 일본어판 ‘김일성선집’ 1권, 보권(補卷), 2권의 전3권이 나왔다. 53년 7월부터 54년 12월까지 1∼4권이 조선로동당출판사에서 발간됐으며, 56년 8월에는 김일성선집편찬위원회가 조직되고 60년 5월부터 64년 4월 사이에 ‘김일성선집’ 제2판이 편찬됐다.

67년 4월부터는 ‘김일성저작선집’이 발간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선집에 실린 일부 문헌과 선집 이후 발표된 중요 문헌들이 보강됐다. 저작선집 발간은 94년 1월 제10권이 나옴으로써 일단락됐다.

‘김일성저작집’은 선집과 저작선집에 이어 나온 것으로 김일성의 70회생일(82.4.15) 기념사업의 하나로 발간이 추진됐다. 김일성 80회생일을 맞은 92년 4월부터는 ‘김일성전집’이 기본편과 속편으로 나뉘어 발간되고 있다. 8월 말 현재 38권까지 나와 있는데 시기적으로는 1926년 10월부터 1967년 5월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북한에서 김일성의 이름으로 발간된 문헌집들은 판(版)을 거듭하고 새로운 것들이 나올 때마다 그 내용에 첨삭과 가필이 가해지거나 과거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문헌들이 추가됐다. 50년대 중반이후 "주체"가 강조되고 60년대 들어 김일성 유일체제가 확립되면서 그에 맞게 개찬된 것이다.

예컨대 광복 직후 김일성이 소련군을 해방자로 묘사한 대목이나 스탈린에게 존경심을 표시한 구절 등은 모두 삭제됐다. 일부 문헌은 제목이 바뀌거나 책이 출간될 시점에 맞춰 내용이 윤색되기도 했다.

‘김일성저작집’의 경우 제1권에 실린 광복전 문헌은 첫 머리에 나오는 카륜회의 보고를 비롯해 거의가 당시 출판된 어떤 문헌에서도 확인되지 않는 것들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70년대 들어 이들 문헌을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문에서 밝힌 대로 "주체사상의 총서, 혁명의 교과서"로 다듬어진 것이다. 따라서 저작집은 북한이해를 위한 하나의 참고자료일수는 있어도 사료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일성저작집’과 이전의 선집·저작선집, 현재 출간되고 있는 전집 등은 모두 당중앙위원회 서기실의 전문 집필집단에 의해 작성 또는 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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