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전부터 여행증 발급 중단
성분불량자 행사장 접근 금지



◇ 평양에 큰 행사가 열리면 평양역은 엄격히 통제돼 평소에 북적이던 승객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한적해진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기간 동안 평양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번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에 마중나갈 만큼 중요한 국가수반이 평양을 방문할 때에는 노동당중앙위원회 비서국의 지시문이 전국에 하달되며, 특히 평양이나 방문 예정지의 주민들에게는 별도의 특별지시가 추가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다.

지시문은 김정일의 신변안전을 위해 모든 주민이 최선을 다하고 관련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것을 강조한다. 또 행사기간동안 사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조직생활을 더욱 강화하고, 일을 더욱 열심히 해서 행사에 참가하는 수령께 기쁨을 드리자고 촉구한다.


행사기간 10~15일 전부터 평양으로 들어가는 여행증 발급이 중단된다. 평양에 들어와 있는 지방사람들은 특수업무를 제외하고는 1주일 전까지는 모두 평양을 떠나야 한다. 기차역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경찰)에 의해 겹겹이 포위되며 평양시로 들어가는 모든 통로는 철저하게 통제된다. 평양시민의 외곽 출입 역시 마찬가지다. 가급적이면 모든 주민이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다.

김정일이 통과하는 도로주변에는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사람은 얼쩡거려서도 안된다. 각 대학, 직장, 인민반마다 환영행사에 동원될 사람들을 선발한다. 수십만 명이 동원되더라도 한사람 한사람에 대해 해당조직과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출신성분과 사상성 등을 정밀 검토하며, 보위부의 최종 승인이 떨어진 사람들은 행사총국에 통보된다.

성분불량자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행사장 근처에도 갈수 없다. 같은 대학이나 직장에서도 환영행사에 뽑히지 못하는 사람들은 심한 소외감을 느끼며, 이런 행사 때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되는 사람들도 많다.

김정일이 직접 참가하지 않는 행사는 이런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며 환영인파에 대한 조사도 그리 엄밀하지 않다.

/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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