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방위 외교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불붙기 시작한 북한의 전방위 외교는 서방국가들과의 외교관계 수립, 국제기구에서의 활발한 행보, 전통적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지난해 이후 북한과 서방국가들의 수교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의 경우 연초에 서방 선진7개국(G-7) 가운데 최초로 이탈리아와 외교관계를 맺은 것을 시작으로 호주와의 대사급 외교관계 재개 합의(5.8), 필리핀과의 수교(7.12), 영국과의 수교(12.12)가 이어졌다.

특히 올들어서는 외교관계수립의 봇물이 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월에 네덜란드(1.15), 벨기에(1.23), 2월에는 캐나다(2.6), 스페인(2.7)과 각각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3월 들어서도 △독일(3.1) △룩셈부르크(3.5) △그리스(3.8)△브라질(3,9)과 수교하고 뉴질랜드와 수교에 합의(3.26)했다.

4월에는 쿠웨이트(4.4), 5월에는 바레인(5.23), 6월에는 터키(6.27)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었으며 7월에는 유럽연합(EU)과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로써 15개 EU회원국 가운데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지 않은 국가는 프랑스, 아일랜드 2개국가에 불과하다.

국제기구에서의 활동도 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유일한 정치ㆍ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23번째 정식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함으로써 다자외교 무대에 본격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비록 미 항공사의 `몸 수색 사건'으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가가 불발로 그쳤지만 99년 9월 제54차 유엔총회에 외교 사령탑으로서는 7년만에 백남순 외무상이 참석했고, 지난해 4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비동맹 외무장관 회의와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개도국 정상회의에 백 외무상과 김 상임위원장을 파견해 비동맹 회원국들과 전통적인 친선관계의 발전에 합의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전통적 친선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 러시아와 `신(新) 3각 관계'의 틀을 구축해 나감으로써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 겸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5월과 올 1월 두차례나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데 이어 지난 3일부터 사흘간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 주석 겸 당 총서기가 북한을 방문, 1년 4개월동안 두 나라 지도자가 모두 세차례나 교환방문했다.

장 총서기는 이번 방북기간 김 위원장과 두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전통적 친선관계의 강화를 다짐했다.

지난 92년 8월 한-중 수교이후 한동안 소원해졌던 북-중관계가 지난 99년 6월 김 상임위원장이 이끈 대규모 북한 대표단의 방중이후 과거의 관계로 복귀하기 시작해 이번 장 주석의 방북으로 `순치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된 느낌이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지난해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이 20여일이 넘는 장기간 러시아를 방문(7.26-8.18)한 것은 양국관계및 한반도 역학구도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공식적인 첫 해외방문인데다 북-러 `모스크바선언'을 통해 양국간 정치ㆍ경제ㆍ군사적 협력과 한반도 문제해결에의 공감대형성,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대한 공조구축 등 8개항에 합의함으로써 협력구도를 더욱 강화했다.

북한의 이같은 전방위 외교 강화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국제적 환경이 대결에서 화해구도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과 밀접한 상관성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북한 입장으로서는 그동안 국제무대에서의 고립을 탈피하고 95년 대홍수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국제사회에 본격 편입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미국에서 부시행정부 출범이후 북-미관계가 전임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대북 강경정책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러시아와 그 어느 때보다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동북아의 복잡한 국제질서속에서 북한 나름의 생존을 위한 외교방식이라는 평가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북환의 대미, 대일관계가 어떻게 진행돼 나갈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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