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등 미국 유력 신문들은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일제히 15일자 1면에 게재했고, CNN 등 방송들도 헤드라인 뉴스로 내보냈다. 신문들은 ‘남·북한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남·북한이 50년 만에 화해를 추구하는 합의에 이르렀다’는 제목과 함께 합의문 전문을 게재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이번 회담이 한반도의 긴장을 끝내지는 않았지만 반세기의 적대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며 “회담은 놀랄 정도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합의문은 비록 모호하기는 하지만 시작 단계에서 현실적으로 바랄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고 썼다.

타임스는 “이번 회담은 양국 지도자가 서명했고 실질적인 과정들이 수반됐다는 점에서 과거 남북 합의와 다르다”며 “주한미군, 북한 핵과 미사일 등 안보문제는 상호신뢰가 구축되기까지 연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서울발 보도에서 “남북의 화해는 장기적으로 아시아 주둔 미군과 국가 미사일 방위 체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13일 밤 남북공동선언 합의 발표를 긴급보도한 뒤 15일까지 잇따라 내보낸 속보를 통해 남·북한이 지난 1948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불신과 적대를 제거하기 위한 역사적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주용중기자 midway@chosun.com

중국 언론들은 14일 밤 이루어진 남·북한 공동선언 합의 소식을 사실 위주로 중요하게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인민일보)는 1면 하단에 ‘조선과 한국이 공동선언에 서명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조선의 김정일(김정일) 위원장과 한국의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15일 새벽 공동선언에 서명했다”며, “이 선언은 남북정상회담이 중대한 의의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조선반도의 통일과 각 부분의 합작 및 교류를 실현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인민일보는 “공동선언이 14일 오후 4시간에 걸친 회담을 통해 달성·서명된 것”이라며, 서명 후 양국 정상은 굳게 악수하고 축배를 들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소상히 전했다.

인민일보는 또 국제면에 ‘한민족의 역사적 악수’라는 제목의 기명 평론을 실어, “남·북한 정상의 역사적인 악수는 평화와 발전이라는 세계적 주류에서 한민족의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밖에도 중국의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와 대중조간지 북경청년보(북경청년보) 등도 남북 정상의 건배 장면을 컬러사진으로 싣고, “남북이 획기적인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관영 중앙TV(CCTV)도 이날 새벽부터 남북 공동성명 합의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북경=지해범기자 hbjee@chosun.com

일본 언론들은 남북 정상이 5개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회담을 마친 데 대해 ‘환영’ ‘기대 이상의 성공’ ‘새로운 역사의 시발점’ 등의 표현을 동원해 크게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이번 회담에서 가장 성공한 당사자는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마이니치(매일)와 아사히(조일), 요미우리(독매)등 일본 주요 신문들은 15일 회담의 결과와 5개항 공동선언을 일제히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마이니치(매일)신문은 ‘김 위원장 서울 방문 수락’이라는 제목 아래 1면 거의 전부를 정상회담 기사에 할애했다. 신문은 사설을 통해 “이번 합의는 대통령제 국가와 사회주의 독재 국가의 정상이 직접 결단했다는 의의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7개면에 걸쳐 관련 기사를 게재한 요미우리(독매) 신문도 “한반도는 긴장완화와 남북의 평화공존, 나아가 장래의 통일까지 전망하는 신시대를 맞이했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합의의 착실한 이행도 안보가 흔들려서는 얻을 수 없는 만큼 3국간 긴밀한 정책 협조가 한층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조일)신문은 1면 전체에 ‘통일을 목표로 한 남북 합의’라는 제목의 본기사와 함께 남북공동선언 전문을 싣고 “남북이 화해와 신뢰 조성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딤으로써 일·북, 미·북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경=권대열기자 dykwon@chosun.com

“대(대)한국 장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 15일자 이즈베스티야지(지)는 14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서명된 남북합의문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지구 상에 마지막 정치적 장벽을 허무는 역사적 계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김정일이 국제무대에서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정일이 금년 가을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담’에 참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신문은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외세의 중재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성공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표면적인 환영과 달리 “미국은 주한미군의 운명을 고민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네자비시야마지(지)는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이변은 예상치 못했던 북한 지도자의 이미지였다”며, 김정일의 폐쇄적 이미지 탈피가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얻은 최대성과라고 보도했다.

반면 코메르산트데일리지(지)는 “평양이 국경을 개방했으나, 아직은 오직 김대중만을 위한 것”이라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신문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하면서도, 국가보안법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황성준기자 s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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